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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독재」로 난국 돌파|인기 절정 일본계 페루대통령 알베르토 후지모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잉카문명의 산상고도 마추피추로 유명한 페루에서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54)의 인기는 가위 폭발적이다. 90년7월 국립농과대학 교수출신의 일본계로 페루의 최고 지도자가 됐을 때부터 세계의 주목을 받아온 그는 페루국민들의 엄청난 지지로 「황제급」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다. 후지모리 대통령은 최근 집권 중반기를 넘어서면서 권한강화를 위한 포석에 열중하고 있다. 기득권층 부패구조 타파, 반대파 숙정 등 이른바 우리 나라에서의 사정한파와 흡사하다.
날로 치솟는 고인플레의 경제위기, 좌익 게릴라 센데로 루미노소(빛나는 길)의 준동, 그칠 줄 모르는 마약거래 등 「3대 위기」에 직면한 그는 지난해 4월 「친위 쿠데타」로 거의 독재적 권력을 장악했다. 탱크를 앞세워 의회를 해산하고 사법부를 해체하는 등 헌정중단조치를 단행했다. 또 과감한 개혁정책과 부패계층 숙정작업에 돌입하는 한편 대대적 신경제개혁 드라이브를 구사했다. 이런 와중에 좌·우·중도파를 불문하고 반대파를 무차별 제거했다.
그해 가을에는 마오쩌둥(모택동) 노선을 추종하는 센데로 루미노소 지도자 아비마엘 구스만을 잡아들이는 쾌거를 올렸다. 이와 함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기만 하던 인플레이션율도 취임 첫해 7천6백50%에서 이듬해인 91년 1백39%, 지난해 57%로 끌어내렸고, 올해는 한자리수를 목표로 경제회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성공에 힘입어 그는 지금 65%를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웃 베네수엘라 국민들도 75%나 그를 지지할 정도.
그러나 그는 거의 독재적 정치로 재선이 금지된 현 헌법을 개정, 중임을 노린다는 비난도 받고 있고 아직 3대위기의 완전한 해결이 요원한 처지에 있다.
신경제·개혁·부패척결·국민인기 등 김영삼 대통령과 여러모로 비슷한 그의 정치적 앞날이 어떻게 될지 주목거리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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