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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 경영' 다시 꺼낸 이건희 회장 뜻은'돈 버는 블루오션' 찾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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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건희(얼굴) 삼성 회장이 10개월 만에 '창조 경영론'을 다시 거론하자 삼성 임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9월 '창조 경영'이라는 화두를 처음 던진 뒤 몇 차례 더 언급했다. 그러다 올 들어 처음으로 '창조 경영'을 다시 꺼냈다. 이 회장은 27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방문해 "창조적 경영으로 2010년께 다가올 예측하기 어려운 급속한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왜 다시 화두를 던졌으며, 진정한 '창조 경영'은 무엇인가?"

삼성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 임직원을 중심으로 최근 활발하게 일고 있는 토론 내용이다. '창조 경영'의 정확한 의미와 실행 방법을 그룹 내에서 아무도 정확히 해석하지 못했다. 이 회장이 처음 '창조 경영'을 얘기할 때 "남의 것만 카피해선 독자성이 생겨나지 않으니 모든 것을 원점에서 보고 새로운 것을 찾아내자"고 말했다. 이 회장은 당시 '창조 경영'을 실행하기 위한 가이드 라인도 함께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남들과 다른 것을 하되 ▶ 검증되고 지속 가능해야 하며 ▶'수익'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것 등이다. 한마디로 아무리 혁신적이어도 수익을 내지 못하면 '창조 경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 중에서도 특히 수익 창출이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고 못박았다. 자유로운 발상이나 다양한 아이디어 창출도 필요하지만, 이를 비즈니스로 연결시키지 못하면 창조 경영과는 거리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돈 버는 블루오션' '수익 모델이 확고한 신수종사업'이 바로 '창조 경영'의 결과물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한때 '벤처 성공신화'의 대표주자로 꼽혔던 새롬기술을 '창조'는 있었지만 '창조 경영'은 아닌 사례로 들었다. 1993년 설립된 새롬기술은 PC통신 접속 프로그램인 새롬데이타맨을 내놓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1999년 코스닥 등록 직후 벤처 붐이 일면서 당시 새롬 주가는 액면가의 640배인 32만원까지 치솟았다. 새롬기술 시가총액은 한때 3조7000억원으로 불어나 국내 대표기업인 현대자동차와 맞먹을 정도였다. 하지만 인터넷 전화 서비스인 다이얼패드 사업이 수익을 내지 못한 데다 2001년 미국 다이얼패드 현지법인이 파산 위기를 맞으면서 벤처 신화는 무너졌다.

삼성의 다른 관계자는 "대학 연구실에서 수많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고, 수천 개의 벤처기업이 매년 창업하지만, 성공한 곳은 1%도 안 된다"면서 "결국 혁신적인 기술과 연구가 수익으로 얼마나 연결되느냐가 '창조 경영'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싱크탱크인 삼성경제연구소는 '창조 경영 지침서'를 만들기로 했다.'창조 경영'의 개념을 명확히 하려면 그룹 전체가 공유하는 '나침반'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표재용 기자

'창조 경영' 말말말

▶"모든 것을 원점에서 보고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창조적 경영에 나서달라" (2006년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사장단 회의)

▶"경영에도 프리미어리그식 창조 경영을 적용해 우수 인력을 확보하고 양성해 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2006년 9월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애스턴 빌라의 경기 관람 뒤)

▶"확고한 비전을 가진 셰이크 무하마드가 두바이를 세계가 주목하는 발전 모델로 바꾸었듯 우리도 각 사의 미래 성장 잠재력 향상을 위한 창조 경영으로 나가야 할 것"(2006년 10월 두바이 세계 최고층 버즈두바이 빌딩 건설 현장에서)

▶"항상 새로운 생각으로 남들이 안 하는 창조적 경영을 실천해 디스플레이를 메모리, 휴대전화에 이어 세계 톱 리더로 육성해야"(2006년 10월 일본 요코하마 평판 디스플레이 전시회 참관 때)

▶"2010년에는 지금 예측하기 어려운 급속한 변화가 일어난다. 지금부터 디자인.마케팅.연구개발(R&D)등 모든 분야에서 창조적 경영으로 변화에 대비해야" (2007년 7월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 전자 계열 사장단 회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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