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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특별법」 찬반 팽팽/법사위 공청회 뜨거운 논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점점흉폭화… 가중처벌 마땅 찬/피해자 보호토록 형법 흡수 반
국회 법사위(위원장 현경대의원)는 11일 국회에서 「성폭력대책관련 입법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공청회에선 법조·여성계 및 학계대표 6명이 의견을 발표한뒤 법제정의 타당성 여부 등을 둘러싸고 참석 의원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찬성론자들은 현행법이 피해자 보호 등 성폭력범죄대처에 미흡하다고 지적,특별법제정의 시급함을 역설했고 반대론자들은 기존법체계와 상충·중복된다는 점을 들어 형법에 흡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법 제정 찬성론을 편 최영애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성범죄의 양적 증가현상과 유형의 다양화·흉포화 등을 근거로 들었다. 최 소장은 우리나라의 성폭력범죄발생률이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으나 현행법은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은폐시킴으로써 오히려 조장하는 측면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최 소장은 특히 13세미만 어린이가 전체 성폭력 피해자의 30%를 차지하고 컴퓨터 등을 이용한 신종범죄까지 등장해 일반여성의 94%가 이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성폭력은 이제 더이상 개인문제로 남겨둘수 없으며 특별법 제정을 통해 사회적 범죄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최 소장은 이와함께 현행 법이 성폭력범죄의 보호법익을 「정조」로 규정하고있는 것은 남성 중심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즉 여성을 신체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가진 인간으로 보지않고 「지켜야할 정조」만을 지닌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성폭력범죄의 개념을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를 침해한 죄로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한림대 김영환교수가 반박하고 나섰다.
김 교수는 『성범죄의 흉포화·지능화는 우리 사회의 개방화·도시화 등에 의해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단순한 가중처벌책이 아니라 성범죄에 관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성범죄에 관한 근본적 치유책은 표면적 현상의 억제가 아니라 심층적 구조개선으로 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법의 목적이 막연한 이상의 추구가 아니라 주어진 현실의 해결이란 점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성범죄유형을 다양화하고 이를 가중 처벌하자는 것은 「법률만능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우리의 법현실을 직시하더라도 결코 법이 없거나 미약해서 성범죄가 통제되지 못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는 또 일반 예방적 측면에서 성범죄자를 가중처벌하고 피해자는 사회정책적 입장에서 보호하려는 것은 문제의 한쪽면만 보는 정책이라고 공박했다.
특히 성적 자기 결정권의 침해는 부부관계 등 서로 알고 있는 사이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사회통념과도 맞지 않을뿐 아니라 형사법의 도덕화만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굳이 특별법의 형식을 빌려 범죄 유형을 세분화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보호 등 필요한 내용을 형법에 담는 쪽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김영윤대법원 재판연구관·문영호한국형사정책연구원연구실장·이영란숙명여대교수 등은 성범죄중 가벌성이 큰 행위를 특별법으로 가중 처벌하는데 원칙적인 찬성 의견을 표시하면서도 범죄 구성요건을 엄격히 하고 다른 법체계와 균형이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문 실장은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는 그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사인(사인)간의 애정문제 등 형벌로 규제할수 없는 부분까지 포함된다』며 『부가 처에 대해 강간 등을 한 경우에도 처벌하자는 것은 부부간 동거의무나 사회통념에 반한다』고 지적했다.<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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