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부정 근절 극약처방/학부모 명단공개 무얼 뜻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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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후유증 무릅쓴 비리척결 의지/일부선 “여론재판” 우려… 사법처리 관심
교육부의 부정·부당입학(편입학 포함) 대학생 및 학부모 1천4백12명의 명단공개는 규모면에서나,공개행위 자체로 보나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6일 당정협의과정에서 방침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진 이번 명단공개는 비리·부조리 척결이라는 정부의 의지와 사회분위기에 따른 이른바 「여론재판」의 성격도 있는 조치로,윤리적으로 바람직한가를 떠나 교육사의 한 획을 긋는 사안임에 틀림없다.
물론 법조계 일각에서는 순위바뀜의 고의성 등 미확인된 부정행위를 심증만으로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심각한 명예훼손행위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지적을 무릅쓴 배경에는 「공익을 위한다」는 큰 명분과 함께 고질적인 대입시부정을 근절하는 유일한 극약처방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명예훼손 지적도
특히 부정입학행위의 업무방해죄 공소시효(5년)가 경과되지 않은 상당수에 대한 사법처리문제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이미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았거나 받고있어 사법처리대상이 된 일부 대학 관계자·학부모와의 형평을 고려하면 나머지 관계자들도 당연히 수사를 통한 부정행위의 검증과정 및 그에 따른 형사상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여론 때문이다.
이 경우 대대적인 구속사태 등 후유증이 엄청날 것으로 에상돼 사법처리 여부를 둘러싼 수사기관이나 교육부의 조치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번 명단공개로 대학교 직원·교수 자녀들의 소속 대학 부정합격은 거의 공공연히 자행돼왔음이 드러났다.
대학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대학문안에 들여놓을 수 있었으며 그 대가로 챙기는 검은 돈의 액수조차 거의 「협정가」가 형성돼 있을 만큼 뿌리깊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부정입학의 대가로 학교측이 받은 기부금은 수천만원에서 억원대까지 이르고 있어 사립대의 재정에 부정입학이 상당히 기여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대가로 억대까지
편입학의 경우 학과에 따라 액수가 다르나 수백만원에서 1억원 가까운 돈이 대가로 지급됐다.
부정의 수법으로는 미등록합격생의 결원보충때 성적순위에 따르지 않은 소위 「새치기」 형추가입학이 가장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엔 정원의 80%를 1지망 학생에서 뽑고 나머지 20%를 1지망 및 2지망 학생중 성적순위에 따라 차점자들을 정하도록 한 학칙이 자의적으로 무시됐고,심지어 입학원서의 지망학과를 수정해 합격시킨 사례도 있었다.
그 다음이 성적조작방법으로 채점과정에서 높은 점수를 매기거나 작성된 답안지를 수정해 점수를 높였으며 OMR카드의 전산조작수법도 많이 나왔다.
한양대·국민대·덕성여대 등의 대리시험은 이미 연초 서울경찰청의 수사과정에서 적발된 수법이다.
또 이화여대 등 상당수 대학에서는 외교관 자녀나 이중국적자의 정원외 합격사례도 많았다.
○정원외 사례많아
명단공개로 파문이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여론에 밀려 수사가 진행될 경우 일반인들이 상상하지 못한 기발한 부정사례와 금품수수 규모가 추가로 적발돼 대입부정에 대한 「모든 것」이 백일하에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이들 학부모에 대한 사법처리가 뒤따른다해도 해당 학생들은 부정합격자에 대해 합격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교육법의 조항이 92년에 만들어져 학교측이 「성행불량」 등을 이유로 한 제적조치가 없는한 계속 학교를 다닐 수 있다.<김석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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