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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검사에 “수사비 있느냐”조롱/「빠찡꼬 대부」정씨 수사 안팎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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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연행될때 천3백만원 소지 「현금왕」과시/질문 피하며 진술서에 “인생역정”늘어놔/“미로 도피못한다”에 “캐나다로 가서 살죠”
「밤의 제왕」으로 군림한 정덕진씨에 대한 검찰 수사는 정씨가 그간 정·재계를 비롯,검찰과 경찰등에도 깊숙한 관계를 맺어온 실력자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엄청난 파문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씨는 검찰에 연행될 당시 지갑에 1천3백여만원을 가지고 있어 수사관계자들을 기죽게 하기도. 수사 관계자들은 정씨의 지갑에 1백만원권 수표가 10여장이나 있고 10만원권은 꼬깃꼬깃 구겨진채로 주머니에 들어있는 것을 보고 『현금왕으로 소문나 있더니 역시 다르다』고 한마디.
정씨는 『현재 가진돈이 얼마냐』고 묻는 담당검사에게 『지금은 한 1천만원 남짓밖에 안가지고 있는데 당신은 수사비나 제대로 마련하느냐』며 조롱했다는 것.
○…외화도피 혐의와 관련,검찰이 미국 LA의 초호화 주택을 산 자금 출처에 대해 집중추궁하자 정씨는 『미국에 살고 있는 누나의 돈 1백60만달러와 은행융자 1백만달러를 합쳐 구입한 것』이라고 변명.
담당검사는 미 영주권이 있는 정씨에게 『외화도피 혐의를 계속 부인하면 미 FBI에 수사협조를 의뢰,자금 출처를 밝혀내겠으며 미 수사당국에 한번 이름이 올라가면 시민권 취득이 불가능해져 미국 도피가 불가능해진다』고 몰아붙였으나 정씨는 『그러면 캐나다에 가서 살죠』라며 딴전을 피웠다는 것.
○…검찰은 정씨가 철야조사에서 검사심문의 핵심을 요리조리 피하며 새벽까지 자기변명만 늘어놓는 등 「거물답지 못한」태도를 보였다고 전언.
수사검사는 정씨가 밤새 6·25동란이후 월남해 껌팔이·암표장사를 해가며 겪었던 고생,빠찡꼬사업에 손을 댄 사연등 인생역정에 대한 이야기로 진술서를 메우며 혐의사실을 부인하자 『얼굴 두껍기가 곰발바닥이더라』고 한마디.
검찰은 그러나 정씨가 빠찡꼬 수입 상당부분을 아예 가명계좌로 빼돌려 없었던 일로 삼는 원천적 소득축소수법등 일부 탈세사실을 시인하고 있는데다 이미 상당부분 증거가 확보됐기 때문에 공소유지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
○…서울지검이 이례적으로 정씨의 연행과 함께 이 사실을 언론에 알리는 등 공개수사를 택한것은 검찰내·외부의 외압을 고려했다는 후문.
검찰은 정씨측이 내사단계에서부터 주임검사의 직속상관출신인 부장검사출신 K모변호사를 선임하고 검찰에 대한 정보입수(?)에 나서는등 만만찮은 대응을 해오자 『언론과 함께 수사를 진행하는 길을 선택했다』고 실토.
○…서울지검 강력부는 『강력부의 존재이유는 경찰이 손대지 못한 거물급 조직폭력배와 밤의 세계를 주름잡는 대어를 잡기 위한 것』이라며 정씨수사에 대한 강한 의욕을 표출.
유창종강력부장은 『아직 비호세력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직분을 이용한 ▲거액 금품수수자 ▲빠찡꼬 지분 할당자 ▲상습적 향응·접대자등 부정한 관계로 연결된 사람들은 사법처리와 별도로 명단을 공개할 방침』이라며 『납득할만한 이유 없이 정씨와 정도이상의 교분을 유지해온 수사관계자도 이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천명.
강력부는 현재 총7명의 검사중 마약담당검사 2명을 제외한 나머지 검사 모두를 정씨사건수사에 전력케해 이 사건의 규모와 파장이 예사롭지 않을 것임을 시사.
○…정씨는 87년 대선당시 여당후보의 사조직이었던 태림회의 서울영등포지부장이었던 것으로 수사결과 확인됐다.
수사검사는 『정씨의 정치자금 2백억원 제공설이 있어 내사를 펼쳤으나 실제로는 3억원정도만 헌금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여당후보 당선이후 태림회가 해산된데다 특별한 범죄사실이 드러나지 않아 이번사건수사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
○…정씨는 검거되기 전 담당검사와 네차례에 걸쳐 통화를 했으며,5월중순께 자진출두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는 것.
정씨는 『성실하게 살고 있는 사업가가 억울하게 모함을 받고 있으니 검찰에 출두해 결백을 밝히겠다』고 말했다고.
그러나 수사망이 죄어오는 것을 눈치챈 정씨가 지난달 20일께부터 호텔등지를 돌아다니며 은신에 들어가자 검찰은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서둘러 정씨를 전격 연행했다는 후문.
○…정씨가 서방파 두목 김태촌에게 2억8천만원을 준 사실이 밝혀져 그간 소문으로만 떠돌던 「빠찡꼬업계와 주먹」간의 유착 관계가 사실로 확인.
정씨는 흘러간 주먹 유지광씨와의 교분을 시작으로 정씨의 수하에 있던 김씨등 조직폭력배들과 친분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져 왔다.
정씨는 검찰수사에서 『김태촌은 물론 난다 긴다하는 전국 조직폭력배 두목들은 모두 수하에 있다』고 큰소리를 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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