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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증시에 뛰어드는 당신 … 조정이 두렵다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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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 23면

불이 나면 비상구부터 찾아야 한다. 투자의 세계라고 예외일 리 없다. 펀드에 들었다가 돈을 회수할 때가 그렇다. 물론 투자의 정석은 불더미에 앉더라도 5년, 10년 지긋하게 투자하는 것이다.

랩어카운트와 ETF로 퇴로 확보하라

하지만 한번에 뭉칫돈을 맡겼다면 어떨까. 주가가 단숨에 껑충 뛰며 지수 2000에 도달하는 동안 이런 투자자가 많아졌다. 이번 주처럼 주가가 갑자기 세게 조정을 받거나 급전이 필요하면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다. 애초부터 장기 적립식 투자라는 정도(正道)를 벗어난 대가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퇴로는 필요하다. 시장의 심술이 걱정된다면 펀드를 들 때도 ‘비상시 탈출 전략(Exit plan)’을 그려 놓아야 한다는 얘기다.
외국계 기업의 이모(34·여)씨는 2년간 가입했던 중국펀드를 이달 초 해지했다. 그동안 원금 2000만원을 3600만원으로 쏠쏠하게 불렸지만 날개 단 듯 오르는 국내 증시로 자꾸 마음이 끌렸다. 결국 이씨는 환매한 돈으로 국내의 2개 펀드에 나눠 투자했다. 상반기 수익률이 상위권에 올랐다고 신문에 소개된 상품이었다. 그러나 이씨는 왠지 찜찜한 구석이 남아 있다. 가입한 펀드가 3개월 안에 환매하면 수익금의 70%를 수수료로 뜯기는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수수료가 조금 비싸지만 미리 내면 환매에 아무 제한이 없는 상품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자신의 섣부른 선택에 후회하고 있다.

실제로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6월 말까지 적립식 주식형펀드는 4조원이 늘었다. 반면 기간 없이 뭉칫돈을 맡긴 임의식은 12조원이나 증가했고, 기간을 정해 한번에 돈을 넣는 거치식도 1조원 불었다.

이씨 같은 투자자가 생각보다 많다는 얘기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계웅 펀드리서치팀장은 “시장이 단기간에 가파르게 올라 언제든 발 빠르게 돈을 빼야 할지도 모를 상황을 염두에 두는 투자자라면 선취(先取) 수수료 펀드를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자신의 펀드에 ‘Class A’ 등의 꼬리표가 붙었다면 언제 환매해도 수수료를 물지 않는다. 이런 펀드는 처음 가입할 때 선취 수수료란 이름으로 미리 투자 원금에서 1%가량을 떼어 갔기 때문이다. 반면 ‘Class C형’이란 딱지가 붙는 펀드는 수수료를 나중에 떼는 후취형이다. 다만 선취형 펀드는 언제든 환매할 수 있는 특권을 갖는 만큼 실제 투자 기간에 비해선 수수료가 과하다는 점을 감수해야 한다.

일부 펀드는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환매 수수료를 부과하는 기간을 가입 1년, 3년 등으로 길게 잡아 놓았으니 가입 전에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춰 꼼꼼하게 약관을 읽거나 상담하는 게 좋다.

특히 앞으로는 모든 펀드가 선취 수수료 형식을 띠게 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초 “금융회사들이 펀드를 팔 때 받는 수수료를 낮추기 위해 가입할 때 한 번만 선취 수수료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수수료는 단기·장기 투자자를 막론하고 이래저래 발목을 잡는 ‘괴물’이다. 주식형펀드에 1억원을 맡기면 해마다 평균 243만원(연 2.4%)을 떼어 간다. 매일 꼬박꼬박 복리 일수(日收)로 수수료를 거둬가기 때문이다. 투자 기간이 길어져 처음 맡긴 원금이 꾸준히 불어나면 떼어 가는 수수료도 많아진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 당국은 펀드의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도 수수료를 낮추는 일이 급선무라고 인식하고 있다.

장세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데는 ‘랩 어카운트(Wrap account)’만큼 좋은 상품도 없다. 이 상품은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는데 고객이 직접 돈을 굴리지 않고, 자신의 취향만 말하면 증권사의 자산관리사(FP)가 갖가지 상품을 하나의 계좌에 둘둘 싸서(wrap) 굴려준다. 주식은 물론 파생상품·실물자산처럼 다양한 상품을 뷔페처럼 맛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부분의 랩 어카운트는 중간에 해지해도 수수료를 물지 않아 ‘치고 빠지는’ 전략에도 딱 좋다. 동양종합금융증권 고객자산운용팀 이용철 과장은 “펀드는 여러 사람 돈이 하나의 계좌에 들어와 있는 셈이므로 투자자가 급하게 환매하면 그에 따르는 벌칙으로 환매 수수료를 물린다”며 “그러나 랩 어카운트는 개인 계좌별로 돈을 운용하기 때문에 그런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펀드에만 투자하는 ‘펀드 랩’은 해지할 때 수수료를 낼 수도 있다. 만약 투자했던 펀드가 후취 수수료형이고, 일찍 환매할 때 중도 수수료를 내야 한다면 펀드 랩도 그 수수료를 물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익률 쪽에서도 랩 어카운트는 매력적이다. 대우증권의 공격 투자형 랩은 최근 6개월간 수익률이 120%로 주식형펀드의 두 배를 넘는다. 랩 상품은 8월부터 집단으로 주문을 낼 수 있어 더욱 인기를 끌 전망이다. 지금까진 개별 계좌마다 따로 주식을 사고팔아야 했지만, 앞으론 여러 계좌를 묶어 한꺼번에 주문이 들어가기 때문에 시장 움직임에 맞춰 훨씬 효율적이고 재빠르게 돈을 굴릴 수 있게 된다. 단 랩은 수천만~수억원대의 뭉칫돈을 맡겨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상장지수펀드(ETF)도 발 빠른 투자에는 제격이다. ETF는 주가지수를 좇는 인덱스 펀드와 비슷한 상품이다. 그런데 증권선물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기 때문에 가입·해지가 자유롭다. 물론 3개월 환매 수수료도 없다. 특히 수수료가 0.5% 안팎으로 펀드보다 훨씬 싼 것도 장점이다. 주식을 팔 때 물리는 증권거래세(0.3%)도 면제된다. 올 하반기엔 해외 ETF가 상장된다는 점도 매력이다. MSCI 아시아퍼시픽지수를 포함해 중국항셍지수·MSCI인도지수 등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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