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DVD] 가족, 그 따뜻한 울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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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덕담의 으뜸은 가족의 건강과 행복일 것이다. 세상이 빠르게 변할수록 애틋하게 감싸안고 보듬어주고픈 나의 가족. 고전 명작 세 편을 보며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 꿈속의 낙원(How Green Was My Valley)

아일랜드 이민 후예인 존 포드 감독이 선친의 고향을 기리며 만든 웃음과 감동의 드라마다. 19세기 말의 웨일스 탄광촌이 무대. 소년 휴는 고지식한 아버지(도널드 크리스프), 생활력 강한 어머니(새러 올굿),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광원인 네 명의 형, 아름다운 누이(모린 오하라)와 행복하게 산다. 그러나 유년의 행복은 산업화로 내리막길을 걷게 된 광산촌의 몰락으로 깨진다. 형제들은 미국.캐나다.뉴질랜드.아프리카로 살 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진다.

50년 후 휴는 이렇게 회상한다. "내 가족은 죽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나와 함께 있다. 그 시절, 나의 계곡은 얼마나 푸르렀던가." 1941년 아카데미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감독.남우조연.흑백미술.흑백촬영상을 받았다.

◆ 아버지의 인생(Life with Father)

1883년 뉴욕의 아침. 안주인 비니(이레느 던)와 네 자녀가 가장을 기다리고 있다. 증권사 간부인 클라렌스(윌리엄 파월)는 식탁에 앉자마자 "뭐든지 제자리에 정확하게 있어야 한다, 집도 회사처럼 경영해야 한다"고 훈시한다. 장남이 사랑에 빠진 것이 계기가 돼 클라렌스가 세례를 받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자, 아름답고 현명한 비니는 남편이 세례를 받도록 지혜롭게 이끈다.

엄부자모 가정의 미덕을 그린 마이클 커티스 감독의 작품이다. 클라렌스와 비니가 애정을 바탕으로 한 이해로 가정을 꾸려가는 모습이 빼어난 유머 감각으로 묘사된다. 고전 할리우드 영화의 품격을 확인시켜주는 '아버지의 인생'은 1947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컬러 촬영.컬러 미술.음악상 후보에 올랐다.

◆ 신부의 아버지(Father of the Bride)

빈선트 미넬리 감독이 딸을 시집보내는 아버지의 마음을 페이소스 넘치는 코미디에 담았다. 아버지의 감정적.재정적 소모에서 웃음과 감동을 끌어내는 솜씨가 여간 우아하지 않다. 묵직한 역을 주로 맡았던 스펜서 트레이시가 코믹 연기에 도전해 시종 웃음을 멈출 수 없게 한다. 결혼으로 아버지 품을 떠나는 사랑스러운 딸 역은 당시 호텔 재벌의 아들 니키 힐튼과 첫번째 결혼식을 올린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맡아 흥행에 도움을 주었다. 50년 아카데미상 작품.남우주연.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옥선희 DVD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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