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교장 정년까지' 쉽지 않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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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다음달 학부모와 교사들의 반대로 중임을 하지 못하는 교장이 처음으로 나올 전망이다. 교직 사회에서도 철밥통이 깨지는 것이다. 이는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2학기부터 4년 임기 교장 직의 재임용 심사에서 학부모와 교사 의견을 반영하는 현장 근무 실태 평가를 도입한 데 따른 결과다.

시교육청 조학규 교원정책과장은 27일 "교장 중임 심사 대상자 1명이 학부모와 교사들로부터 '중임에 반대한다'는 평가를 받아 9월 정기인사 때 중임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한 번 교장이 되면 중임 심사에서 거의 통과돼 사실상 '한 번 교장은 정년까지 교장'이었다. 1991년 공립학교 교장임기제가 도입된 이후 교장 직은 4년씩 두 번까지 임용될 수 있다. 교장에 처음 임용될 때 나이가 50대 후반인 경우가 많아 대부분 교장 직에서 정년을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시교육청이 중임 대상 교장의 학교 경영 능력을 재검증하는 현장근무 실태평가를 도입하면서 이런 관행이 깨지게 됐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교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교장을 두 번 하려는 경우 학부모와 교사의 평가를 거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 중임심사위원회는 지난달부터 초.중.고교 교장 32명(교육전문직 1명 포함)을 대상으로 현장근무 실태평가를 실시했다. 현직 교장 3~5명으로 평가실사단을 구성해 심사 대상자가 재직 중인 학교의 학부모단체 회원 명단을 확보했다. 실사위원들은 이들 중 3~4명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교장의 업무 수행 능력.청렴도.인성 등에 대한 학부모들의 의견을 취합했다. 일부 교사.교감을 대상으로 한 조사도 별도로 진행했다. 교장 한 명당 학부모.교사.교감 등 3~8명의 평가를 반영한 것이다.

그 결과 32명 중 한 명이 중임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해당 교장은 2005년 학교발전기금 관련 회계 부정으로 징계(정직 3개월)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 여러 차례 학교를 옮겼지만 학부모와 교사로부터 리더십을 인정받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중임심사위원회는 평가 결과에 따라 시교육청 인사위원회에 해당 교장의 중임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

해당 교장은 "중임에서 탈락하면 평교사로 돌아가겠다"는 입장이어서 '교장 출신 평교사'도 나올 수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규정상 평교사로 돌아가는 데 문제는 없다"면서도 "전례가 없어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중임 여부는 다음달 중순 열리는 시교육청 인사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박수련 기자

◆교장 현장 근무 실태 평가=서울시교육청의 교장중임심사위원회 소속 실사위원들이 심사 대상자인 교장이 재직 중인 학교의 학부모.교사 4~5명에게 전화를 걸어 심사 대상자의 현장 근무 능력을 검증하는 제도. 4년 임기 교장직의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기 전에 학부모와 교사들의 평가 결과를 반영해 교장 리더십을 다시 검증한다는 취지로 올해 2학기 서울시교육청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업무 수행 능력, 청렴도, 건강, 인성 및 대인 관계, 교육자로서의 품위 등 다섯 가지 영역으로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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