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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선교 동영상 등 탈레반 자극 UCC 유포 자제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무장단체에 납치된 배형규(42) 목사가 피살되고 나머지 22명의 인질이 아직 붙잡혀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내용의 사진과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한 네티즌은 최근 아랍권 대표 방송인 알자지라의 홈페이지에 사진 하나를 올려 놓았다.

2004년 고 김선일씨가 이라크 무장 세력에게 피살됐을 때 한국인이 코란을 태우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그러면서 “내가 찍었다”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인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아프간 어린이 10여 명에게 “예수님은 우리의 구세주이시다” “이제부터 예수님을 나의 구주로 영접합니다. 할렐루야 아멘” 등을 따라하게 하는 장면이 담긴 1분 10초짜리 동영상도 함께 올려져 있다.

현재 이 사진과 동영상은 국내 포털사이트 등에서는 삭제되고 있지만 해외 동영상 유튜브를 통해 거꾸로 유입되고 있다. 한국 개신교의 아프간 선교 활동 동영상이나 코란을 태우는 사진 때문에 아프간 피랍자들과 이슬람권 국가에 체류 중인 한국인들에게 위험한 사태가 발생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일부 이슬람권 국가에서는 다른 종교로 개종한 사람을 살해해도 살인죄에 해당하지 않는 관습이 있고 코란은 자신들의 목숨보다 더 소중한 존재로 여기기 때문이다.

한국 이슬람 중앙회 김환윤 사무총장은 “탈레반 무장단체는 물론 이슬람권 사람들에게 자극을 줄뿐 아니라 한국인 납치 사건이 재발할까봐 걱정이 된다”며 “종교 간의 전쟁으로 비화될 경우 큰 혼란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25일 포털사이트 등에 이슬람 신도와 탈레반을 자극할 소지가 있는 한국인 피랍자 관련 게시물을 삭제할 것을 요청했다.

아프간 현지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피랍자의 사진과 글이 영문으로 번역돼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다. 원문과는 달리 이슬람교를 비난하는 글까지 덧붙여져 퍼지고 있다. 이런 글들이 이미 탈레반 무장단체에 이메일로 전송됐다는 괴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의 한 관계자는 “탈레반 무장단체가 이 게시물들을 보면 현재 진행 중인 협상을 뒤집을 수 있다”며 “어려운 상황이니만큼 네티즌의 자제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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