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장까지 간 노인문제(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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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주말에 보도된 노인과 관련된 두 사건은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노인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며칠전 경남 창령에서 발견된 신원미상의 할머니 사망사건은 중풍으로 대소변을 못가리는 노모를 아들과 손자가 흥신소업자를 시켜 유기치사토록 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인천에서는 형이 아버지를 잘 모시지 않는다고 동생이 형의 집에 불을 질러 때마침 현장에 있던 사돈을 죽게했다. 천륜을 거스르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러한 노부모에 대한 패륜적인 사건은 어제 오늘에 와서 갑작스럽게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하루아침에 관광지나 양로시설 근처에 버려지는 노인들이 부지기수이며 자식들과 떨어져 혼자 살다가 외로움을 못이겨 자살하는 노인들도 드물지 않은 것이 이미 우리의 비정한 현실이다. 인구의 노령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노인문제는 심각의 도를 더해가고 있다.
지난날 우리 사회가 농경산업구조였을때는 노인부양은 전적으로 가정 내부의 문제였다. 그러나 산업사회로 바뀜에 따라 사회와 가정의 구조가 변화되고 생활 규범마저 변질되면서 노인부양은 가정차원을 떠나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자식들은 생업을 위해 부모곁을 떠나게 되고,같은 지역에 살더라도 노부모를 부양하기 어렵게 여건과 사고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노인은 이제 더 이상 존경과 추종의 대상이 아니라 귀찮은 존재가 돼가고 있는 듯한 세태다. 따라서 노인들의 생존과 보호,건강유지,소외감의 해소 등 복지대책이 국가 또는 사회차원의 심각한 문제로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노인복지 현실은 너무나 미흡한 상황이다. 65세 이상의 노인은 2백만명에 이르고 무의무탁 노인만 해도 5만여명에 이르는데 보호시설은 그 1할을 수용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정부의 관련예산 또한 미미하기 그지없어 노인 1명당 한해 겨우 3만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노인들은 경제적 빈곤과 건강악화·무력감·고독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고령화사회에 걸맞는 노인복지행정체계를 세워야 한다. 또한 종교·사회단체들도 노인복지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특히 앞으로의 노인문제는 현재 왕성하게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산업인력의 노령화에 대비해 경제력이 있는 노인들의 복지문제 해결을 위한 유료민간보호시설의 확충에 민간기업 참여의 길을 넓혀야 할 것이다. 현행법규는 민간기업이 유료노인복지시설을 운영하려면 사회복지법인등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시설운영 자체가 매우 어렵다.
정부는 노인문제에 대한 획일적인 대책보다는 영세노인과 경제력있는 노인을 구분해 정부와 민간의 역할을 이분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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