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믿고 맡길 수 있는 유아시설 늘어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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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관계자들의 첨예한 이해갈등으로 6년여를 표류하던 유아교육법이 마침내 오늘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막판까지 진통을 겪긴 했지만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제1당인 한나라당이 통과를 공언한 만큼 법 제정은 확실하다. 비록 뒤늦기는 했지만 유아교육법의 제정으로 교육의 근간인 교육 5법을 체계적으로 완성하고, 유아교육을 공교육화하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를 환영한다.

어린이는 사회의 미래를 짊어질 희망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1.17의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가임여성들을 상대로 한 각종 여론조사들은 아이낳기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교육비에 대한 부담 때문임을 보여준다. 학령 전 아동들의 교육 및 보육을 떠맡은 곳의 상당수가 민간재정에 의존하고 있는 탓이다. 유치원의 경우 8천2백92곳 가운데 4천8곳이 사립이며, 보육시설은 2만1천2백67곳 가운데 국공립 1천3백94곳과 직장탁아 1백95곳을 제외한 나머지가 민간시설이다. 그러나 국가의 지원은 저소득층의 5세 이하 자녀의 보육비에 국한돼 있어 일반 가정의 교육 및 보육비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저간의 실정이었다. 우리는 유아교육법이 그간 사각지대에 있었던 저소득층 유아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받게 하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외환위기를 겪으며 우리네 가정은 맞벌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은 충분하지 못한 가운데 한 자녀 시대로의 급속한 변화는 각 가정들로 하여금 양육과 교육 두 측면에서 모두 높은 질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양과 질 모두에서 가정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관계자들은 합심해야만 한다. 유아교육법의 통과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유치원과 보육시설 간의 볼썽사나운 다툼이 진정으로 유아들을 훌륭하게 키워내기 위함이었는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차제에 정부는 유아교육 및 보육에 대한 질적 보장을 위해 선진국형 통합보육을 실시하고 정부부처의 행정업무를 일원화하는 보완책을 깊이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