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공해」에 찌드는 중국|매연·식수오염에 시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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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달 6일 북경시내 아파트들이 일제히 온수공급을 중단했다. 이날은 중국이 범국가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2000년 올림픽개최지 후보 북경시에 대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조사단 일행이 도착한 날이었다.

<석탄사용중단 소동>
때아닌 온수공급중단 소동은 IOC조사단에 좋은 인상을 주기위해 북경 당국이 시내의 석탄사용을 중단시키고 차량운행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북경은 다른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해문제가 덜 심각한 도시다.
중국최대 공업도시 심양. 인구 6백여만명으로 중국 4대도시인 심양은 과거 일본이 만주를 점령했을 때부터 공업도시로 유명하다.
심양시 철서구는 하늘빛이 매연으로 컴컴한 공업지대다. 아시아 최고높이라는 야금공장의 거대한 굴뚝에서 석탄재가 새까맣게 휘날린다. 창문을 닫은 차량속에서도 견디기 어려운 악취를 풍겨낸다.
길림성 대표적 공업지대 철북지역에 위치한 길림화학공장은 노란 연기를 쏟아내고 있지만 80년대 후반 중국정부가 대대적으로 선전한 「관리우수업체」다.
그러나 「관리우수」가 공해방지와는 무관하다. 관리가 우수할수록(?)공해가 심각한 것이 현실이다.
중국에서 임기 4년제인 공장장은 자신의 임기내에 상당한 실적을 보여야 한다. 생산량을 늘려야할 처지에서 공해방지에 시설투자를 할 여유가 있을리 없다. 공로를 인정받기 위해 장비와 투자를 생산력제고에 집중할 뿐이다.
황하유역에 위치, 고대 실크로드의 중요도시였던 난주도 거대한 공해도시다.
스모그는 시계를 1백m이내로 차단시키면서 난주의 수려한 경관은 황폐화하고 있다.
석유화학산업 중심지인 난주의 거대한 석유정제탑·발전소·기계공장등이 경쟁적으로 뿜어내는 매연은 중국의 공업발전수치와 공해지수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정부와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공동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대기중 오염물질은 북부지방이 입방m당 5백26마이크로그램, 남부지방은 3백18마이크로그램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WHO 안전기준치 60∼90마이크로그램을 5배이상 초과하는 수치다.

<국제기준 5배초과>
중국은 광활한 국토가 남에서 북에 이르기까지 매연으로 뒤덮이고 있는 가운데 공해로 인한 호흡기질환이 중국인의 주요 사망요인으로 등장하고있다.
중국위생부(보사부)는 88년 인구 10만명당 1백62.6명이 대기오염으로 인한 호흡기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공기중에 배출된 아황산가스나 질소 산화물등이 「만성 울혈성 폐질환」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오염 못지않게 수질 및 토양오염도 위험수위를 넘어선지 오래다.
중국수리부는 최근 공업폐수및 농축산오물에 의한 하천오염이 심각하며, 7대하천에 유입되는 공해물질이 매년 최소3천만t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이 가운데 명승지 계림으로 유명한 광서자치구 계강의 오염상황은 하루가 다르게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계강일대 공장들이 처리되지 않은 공해물질을 강으로 배출하면서 옛날부터 계강을 식수원으로 사용해왔던 주변지역주민들은 말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의 텔fp비전방송은 광서자치구에서 발생한 하천오염을 소재로한 드라마를 방송했다.
한마을의 부녀자들이 집단적으로 아이를 갖지 못하는 괴질에 걸려 집집마다 이혼소동이 벌어졌고 원인을 조사한 결과 식수로 사용해온 하천 오염에서 비롯된 사실을 밝혀냈다 .
주민들은 공해물질을 방류한 공장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공장측은 사실자체조차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여기에 자치구 고위간부가나서 천신만고끝에 공장측의 책임확인과 문제해결에 성공한다는 것이 그 줄거리였다.
그런데 그 해결방식이 특이하다. 위자료 지급이나 의료지원이 아니라 공장측이 5만위안의 경비를 부담, 마을에 우물을 하나 파준 것이었다.
두만강 중류에 위치한 석현제지공장과 개산둔발전소는 공해방출의 주범들이다.
중국공산당기관지 인민일보에 신문용지를 공급하는 이 제지공장은 두만강 상류의 물을 공업용수로 사용한 뒤 화학물질과 찌꺼기를 하류로 내버린다.
개산둔발전소는 석탄을 태우고 난 재를 그대로 두만강에 방류한다. 한마디로 두만강을 공장 폐수처리시설로 사용하고있다는 것이다.

<두만강 회색빛으로>
결국 「푸른」 두만강물은 회백색의 석탄재와 화학물질이 함께 흘러내리는 회색빛 두만강인 것이다. 이 때문에 두만강하류에 위치한 도문시는 80년대초 상수용을 두만강에서 인근 저수지로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은행이 지난 90년 조사한 중국의 7대하천 산업폐수유입량은 연간 2백50억t에 달한다. 이중 32%만이 정화과정을 거치며, 그것도 방류적정기준에 부합되는 양은 15%안팎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공해문제는 아직 현실적인 문제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지 않다.
경제발전 가속화속에 오로지 목전의 이윤과 성과만 추구될뿐 이미 실생활에 큰 피해를 입힐만큼 심각한 수준에 이른 공해문제를 현실적인 문제로 제기하려는 대세조차 돼있지 않다.
이제 중국의 공해문제는 석탄사용을 일시중단하는 편법이나 바람이 매연을 다른 곳으로 실어내는 것을 기대하는 원시적 방법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할만큼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글·사진=전택원 북경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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