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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주권」회복 위한 대담한 정책 필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북한이 국제 핵사찰을 계속 거부하면서 급기야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해버리자 나라안팎이 난리라도 난 듯했다. 국회가 휴회 중임에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외무통일위원회와 국방위원회가 핵 전문 연구진을 초빙하여 핵 정책을 점검하고 간담회를 통해 새 정부의 핵정책을 추궁한 바 있다.
질의·답변을 통하여 우리가 과거에 알지 못했던 내용들이 쏟아져 나왔다. 며칠 전 김대통령도 공직자 재산공개 파문와중에서도 『북한이 앞으로 핵을 보유할 확률이 매우 높다. 그렇게 되면 일본도 핵을 보유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매우 놀라운 소신을 피력한 바 있다.
여야의원과 학자들의 주장대로 핵문제는 단순한 대북 안보문제가 아니다. 주변 강대국들이 모두 핵보유국이라는 사실에서 통일후의 민족 생존문제와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력생산의 절반을 원전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에게 핵문제는 중차대한 에너지 문제이며 전력생산을 위해 불가피하게 배출되는 핵폐기물을 처리해야하기 때문에 중대한 환경문제이기도 하다.
이토록 많은 얼굴을 가진 핵문제를 다룸에 있어 관계당국은 비장한 각오와 소신, 그리고 전문성을 발휘해 주기를 촉구한다.
우리 정부는 재작년 핵무기 비 보유는 물론 국제적으로 금지사항이 아닌 농축과 재처리시설마저도 포기하겠다는 비핵화 선언을 한 뒤 이것을 북한에도 요구했고 북한이 이에 동의함으로써 소위 비핵화 공동선언이라는 문건이 발효됐지만 북한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데 문제가 심각하다.
결국 우리만 곱사등이 된 형국인데도 계속 이 약속을 지켜야되는 것인지 아니면 재처리 능력만이라도 추진해 핵주권 회복 정책을 추진할 것인지 대담한 정책변화가 있어야 될 것이다.
아울러 일본이 마음만 먹으면 핵폭탄을 가질 수 있음은 물론 핵잠수함이나 대륙간 탄도탄을 보유할 수 있을 정도로 실속을 차려 놓은 상태라는 점에서도 우리의 핵주권 회복정책이야말로 시급한 과제다.
그러나 우리는 농축 재처리 시설 포기 선언까지 했고 이로 말미암아 우리는 아무런 극일 수단이 없으며 비핵화 정책을 북한이 준수한다 해도 결국 민족주의·국가주의 성향으로 변화되는 국제정세에 우리만 빈손으로 핵 강국인 중국·러시아와 준핵국인 일본에 둘러싸이게 되는 섬뜻한 상황이다.
앞으로 우리 정부 관계자는 전통적인 우방인 미국이나 일본에 대해 굴욕에 가까운 양보만 할 것이 아니라 건전한 쌍무관계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핵외교·핵정책을 통해 핵주권만은 반드시 회복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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