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교육혁명 중] 5. 교육 쇄국이냐 개국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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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北京)대와 함께 중국의 2대 명문으로 불리는 칭화(淸華)대. 미국 템플대 등 해외 유명 대학들과 5개의 학사.석사.박사 공동학위 과정을 운영 중이다. 학생들에게 국제적 시야를 넓혀주자는 취지다. 국제합작교류처장 허커빈(賀克斌)박사는 "국제화.세계화되지 않은 사람은 제대로 된 인재라고 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이 대학뿐 아니다. 지난해 말 현재 베이징대.런민(人民)대 등 모두 72개 대학이 해외 유명 대학들과 1백30여개의 공동학위 과정을 운영 중이다. 1990년대 말 이후 집중적으로 생겼다. 지난해에만 20여개가 늘었다.

대학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중국에는 현재 모두 7백개가 넘는 합작교육 기구와 프로그램이 있다. 95년 초보다 열배 가까이 늘어났다.

중국 교육에 개방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이다. 개방은 중국이 2001년 11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본격화됐다. 대학교육뿐 아니라 초.중.고교 교육까지 모두 빗장을 풀어 젖혔다.

물론 개방 반대론자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서구적 기준에 따라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고유이념이 훼손된다." "빈부.지역에 따른 교육서비스의 격차가 더 벌어진다."

그러나 중국은 논란 끝에 교육시장 전면 개방을 택했다. "훌륭한 교육기관과 인재를 갖춘 경쟁력있는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개방론자들의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중국 교육부는 5일 '2004년 공작요점(업무계획)'을 발표, 확고한 교육개방 의지를 구체화했다.

'요점' 42항을 보자. 우수 인재가 해외로 나가 배울 기회를 넓힘과 동시에 해외 중국인 인재의 귀국을 촉진하겠다는 방침이 담겨 있다.

중국에 유학오는 외국인 유학생의 규모를 늘리고 중국어 교육기관의 해외 진출을 적극 장려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중국교육 전문가인 박종배 대학교육협의회 연구원은 "중국이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강소국(强小國) 싱가포르의 행보는 더 적극적이다. 교육 서비스를 아예 국가의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지난해 8월 조지 여 무역산업장관은 "싱가포르를 국제 교육거점(Global School House)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세계 유수의 대학 등 교육기관을 국내에 유치해 아시아권의 유학 수요를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여기엔 2025년 7백만명에 달하는 전 세계 유학생 중 중국.인도.한국 등 아시아계의 비율이 70%에 달할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

이미 외국 우수 대학을 상당수 유치했다. 미국의 MIT.존스홉킨스.와튼스쿨, 유럽의 인시아드.뮌헨공대 등 10여곳이 싱가포르에 분교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만이 아니다. 밖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싱가포르의 교육기관이 해외에 분교를 설립할 경우 국가 차원에서 지원한다. 관광위원회(STB)는 싱가포르를 아시아의 교육 중심으로 만들기 위한 브랜드(Singapore Education)를 만들고 홍보 전략을 짜고 있다.

대표적인 교육서비스 수출국인 호주도 마찬가지다. 국제 교육 교류를 더욱 확대할 태세다.

지난해 10월 브랜던 넬슨 연방교육부 장관은 "국제 교육을 대폭 확대하는 정책을 채택해 실행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중국.한국 등 아시아 몇몇 나라에 집중됐던 유학 수요를 대폭 넓히고 교육 내용도 어학 위주에서 과학기술 중심으로 바꿔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4년간 우리 돈으로 1천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정부 차원에서 다른 국가나 국제적인 교육 센터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나간다는 것이다.

지구촌 교육혁명의 요체는 '개방'과 '경쟁'이다. 교육서비스를 국가 생존을 위한 '교역상품'으로 만들어 나간다는 전략을 세운 나라도 한둘이 아니다. 빗장은 교육 경쟁력을 높이는 데 걸림돌이 될 뿐이다.

우리는 어떤가. 문을 굳게 걸어잠근 채 도토리 키재기식의 경쟁만 하고 있다. 이래선 국가의 미래가 없다.

◇특별취재팀=정책기획부 김남중.강홍준.이승녕.하현옥 기자, 오대영.김현기 도쿄특파원, 오병상 런던특파원, 이훈범 파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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