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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 '탱크샷' 첫날부터 폭발… 디오픈 1R T8…선두와 4타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인 첫 메이저대회 챔피언 후보로 등장한 최경주(37.나이키골프)의 '탱크샷'이 시즌 세번째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골프대회 첫날부터 폭발했다.

최경주는 19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커누스티골프링크스(파71.7천421야드)에서 막을 올린 대회 첫날 1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3개를 묶어 2언더파 69타를 치는 선전을 펼쳤다.

중반까지 단독 선두를 달린 최경주는 선두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65타)에 4타 뒤진 공동 8위에 이름을 올렸다.

메이저대회나 다름없는 메모리얼 토너먼트와 AT&T내셔널 등 2개 대회에서 우승을 거두면서 얻은 자신감 덕인지 최경주는 브리티시오픈 사상 최악의 난코스라는 커누스티링크스를 초반부터 거침없이 공략해나갔다.

1번홀(파4)을 버디로 장식하며 상쾌하게 경기를 시작한 최경주는 3번(파4), 4번홀(파4) 연속 버디로 순식간에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6번홀(파5)에서 두번째샷을 그린 바로 앞에 가져놓은 최경주는 가볍게 1타를 더 줄여 아예 독주 체제로 들어섰다.

7번홀(파4)에서 두번째샷이 그린에 살짝 못 미친 최경주는 퍼터로 굴린 것이 홀을 1m 가량 지나간데 이어 파퍼트가 빗나가 1타를 잃었지만 13번홀(파3)에서 티샷을 컵 1.5m 옆에 떨궈 다섯개째 버디를 잡아냈다.

그러나 거의 페어웨이와 그린에서만 볼을 다루던 최경주는 14번홀(파5)부터 흔들렸다. 페어웨이 한 가운데에서 그린을 보고 직접 때린 우드샷이 그린 왼쪽 관중석까지 날아가는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관중석에 맞아 튕겨나온 볼은 갤러리들이 밟아놓아 납작해진 러프에 떨어져 무난하게 세번째 샷을 그린에 올릴 수 있었다.

관중석에 그대로 떨어졌다면 무릎 높이까지 자란 긴 러프 속에 드롭을 하고 세번째 샷을 쳐야 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15번홀(파4)에서 최경주는 두번째샷이 그린에 한참 모자라게 쳐 맞은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1타를 잃으며 순위표 상단을 지키지 못했다.

'악마의 발톱'으로 불리는 16∼18홀에서 최경주는 16(파3.248야드), 17번홀(파4.461야드)을 무사히 넘어갔으나 18번홀(파4.499야드)에서 두번째 샷을 벙커에 빠트린 뒤 1.2m 파퍼트를 놓치면서 아쉬운 1라운드를 마감했다.

최경주는 전반에는 단 한번만 페어웨이를 벗어나는 정확한 티샷과 한번 그린을 놓치는 집중력을 뽐냈다.

후반들어 다소 흔들렸지만 1라운드 동안 페어웨이 안착률 80%, 그린 적중률 72.2%, 그리고 7차례 1퍼트를 포함한 29차례 퍼팅 등 세계 정상급 실력을 과시했다.

페어웨이와 그린을 흠뻑 적신 비가 내리는 가운데 경기를 시작한 것도 최경주에게는 행운으로 작용했다.

날씨가 맑을 때는 100m 가까이 굴러 가면서 잘 맞은 티샷도 러프나 항아리 벙커로 빠지곤 하는 스코틀랜드 링크스코스의 딱딱한 페어웨이가 부드러워졌고 그린 스피드도 한 풀 꺾였기 때문.

방향과 세기가 제 멋대로인 거친 바닷바람이 숨을 죽인 것도 최경주에게는 많은 도움이 됐다.

최경주는 "욕심을 부리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내 페이스를 마지막까지 지켜간다면 내게도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51년만에 대회 3연패에 도전하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이글 1개, 버디 3개, 보기 3개로 2언더파 69타를 쳐 탐색전을 무난하게 마쳤다.

롱아이언을 다루는데 당대 최고라는 우즈는 3번 우드와 2번 아이언, 3번 아이언 등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많은 버디 찬스를 만들어냈으나 버릇처럼 굳어버린 1라운드 퍼팅 부진 탓에 기대만큼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그러나 6번홀(파5)에서 5m 내리막 이글 퍼트를 어김없이 성공시키는가 하면 12(파4), 13번홀(파3)에서 보기 위기를 넘기지 못한 뒤 맞은 가장 어려운 파3홀인 16번홀(248야드)에서 버디를 뽑아내는 등 황제다운 경기력을 보였다.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는 선수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는 칭찬인지 비아냥인지 모를 평가를 받고 있는 가르시아는 신들린 퍼팅을 내세워 버디 7개를 챙기며 단독 선두로 나섰다.

8년 전 이곳 커누스티링크스에서 첫날 89타를 친 뒤 어머니 품에 안겨 펑펑 울었던 가르시아에게는 극적인 1라운드 성적.

89타는 지금까지 가르시아가 프로 대회에서 낸 최악의 성적으로 남아 있다. 이날 65타는 가르시아가 메이저대회에서 거둔 최고 성적이기도 하다.

그동안 퍼팅이 최대 약점으로 꼽히던 가르시아는 이날 9개홀에서 1퍼트로 홀아웃하는 등 18홀 동안 퍼터를 사용한 것은 27차례 뿐이었다.

폴 맥긴리(아일랜드)가 4언더파 67타를 쳐 2위에 오른 가운데 마이클 캠벨(뉴질랜드), 앙헬 카브레라(아르헨티나) 등 US오픈 챔피언 2명이 3언더파 68타로 3위 그룹에 합류했다.

유럽투어의 강자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 미겔 앙헬 히메네스(스페인)이 스튜어트 싱크(미국)와 함께 최경주, 우즈와 같은 공동 8위를 달렸다.

우승 후보로 꼽혔던 레티프 구센(남아공), 짐 퓨릭(미국), 루크 도널드(잉글랜드)는 1언더파 70타로 공동 13위에 포진했지만 필 미켈슨(미국)은 이븐파 71타(공동 25위)에 그쳤다.

이원준(22.LG전자)은 2오버파 73타(공동 60위), 양용은(35.테일러메이드)은 3오버파 74타로 공동 78위로 컷 통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이동환(20.고려대)은 공동 104위(4오버파 75타), 이승호(21.투어스테이지)는 공동128위(6오버파 77타)로 처져 메이저대회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한편 8년전에는 첫날 단 한 명도 없었던 언더파 스코어 선수가 24명이나 쏟아져 '악마의 코스'라는 커누스티의 명성이 퇴색했다.

무릎 높이로 자랐던 러프가 날씨 때문에 발목 근처까지만 자란데다 비가 내리면서 그린 스피드가 뚝 떨어진 것도 언더파 양산의 원인이지만 현지 언론은 북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언제든 바람이 불기만 하면 80대 타수를 선수들이 무더기로 나올 것이라고 BBC는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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