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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경뒤 한때 생활 “휘청” 약물· 알콜 중독서 재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지난 주말 KBS-TV가 방송한 영화『러키 레이디』에서 입심좋은 여장부로 나와 멋진 춤과 노래솜씨를 보여준 미국의 초특급 여가수 라이자 미넬리.
지난 12일 그의 47번째 생일에 때맞춰 미국에서는 이 다재다능한 팝뮤지컬 여가수가 그동안 걸어온 삶이 생생히 기록된 전기『스타로 태어나』가 나와 서점가의 화제가 되고있다.
에미상 1회, 골든글로브상 2회, 토니상 3회 수상에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까지 타며 60, 7O년대 미흥행계를 주름잡았으나 잇따른 결혼실패와 약물· 알콜 중독으로 연예활동을 중단한뒤 처절한 투병생활끝에 재기에 성공한 라이자의 삶은 웬만한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다.
19세때인 65년 뮤지컬『플로라, 레드 메너스』로 토니상 최연소 수상자가 되면서 일찌감치 스타의 대열에 오른 라이자는 72년 출연한 영화『카바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연기자로서 절정을 맞는다.
그러나 같은 해 호주출신가수 피터 앨런과의 첫 결혼이 파경을 맞자 심한 우울증에 빠지며 생활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74년 프러듀서 잭 핼리와 재혼한 뒤부터는 상황이 한층 심각 해졌다.
자연히 연기활동도 부진을 면치 못해『카바레』이후엔 변변한 히트작 한편내지 못했다. 기진맥진해진 라이자는 84년 뮤지컬『링크』출연을 마지막으로 무대를 떠나 알콜중독자 전문치료기관인 베티포드센터에 입원했다. 이소식을 들은 그녀의 팬들은『라이자가 어머니 주디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며 안타까워 했다.
주디는 17세때 뮤지컬무대에 화려하게 데뷔, 불세출의 여가수로 군림하다 다섯번의 결혼실패와 폭음· 약물남용끝에 비참하게 숨졌다.
하지만 라이자는 병원에서 명상과 자기성찰에 몰두하는 절제된 생활을 하며 성실치 투병한 끝에 6개월만에 완쾌, 팬들의 걱정을 씻어주었다.
퇴원후 재기에 나선 라이자는 87년 뉴욕 카네기홀에서 솔로 가수로서는 처음으로 3주간 연속해 17차례의 콘서트를 열었다. 뉴욕 최대의 카네기홀이 매회 초만원을 이뤘다. 한결 원숙해진 목소리로 돌아온 라이자의 공연이 끝날때마다 우레와 같은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흥행계를 떠난지 3년만에 그녀는 명실공히 원래의 자리를 되찾은 것이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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