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산 홍합/시중 유통은 안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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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냉동차 부산세관 떠난뒤 연락받아/하루만 늦었어도 손 쓸 수 없었을 것
뉴질랜드산 홍합은 시중에 유통됐는가 안됐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치명적인 독소가 검출된 것으로 밝혀진 뉴질랜드산 홍합은 자칫 시중에 유출될 뻔했다.
관계기관이 문제의 홍합을 추적할때는 이미 수입물검역에서 합격판정을 받고 통관절차까지 마친 상태로 출고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통관에서 판매금지조치까지의 6일간,치사율 25%의 리스테리아 바이러스 추적작전은 성공했다.
2월 뉴질랜드에서 수입된 홍합 16t에 문제의 바이러스인 리스테리아가 함유됐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국내 관계기관에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주 토요일인 13일. 주한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한장의 팩시밀리가 수산청에 날아들었다.
『뉴질랜드 키위 무셀스사의 한 공장에서 리스테리아에 감염된 사건이 발생해 93년 1월 이후 이 공장에서 수출된 모든 생산물에 대해 안전하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는 영문내용.
토요일 업무가 종료된만큼 달리 손쓸 길이 없었다.
15일 월요일,수산청은 내용이 다급한 것이니만큼 수산물검사소에 통보했지만 외부에 알리는 것은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명확한 감염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를 하게되면 국내산과 수입산을 구분하기 힘든 일반소비자에게 공포만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수산청 관계자는 또 『국내 수산업계를 보호해야 할 입장에서 이같은 내용을 밖으로 알릴 수는 없고 수입물량을 찾아 출고를 막느라 애를 태웠었다』고 했다.
서울의 수산물검사소 본소는 수산청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다음날인 16일 문제의 홍합이 들어온 부산의 수산물검사소 지소에 다시 검사강화를 지시했고 부산지소는 부산검역소에 『수입업자에게 지급통보해 조치토록 해주기 바란다』는 내용을 숨가쁘게 전달했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문제의 홍합은 수입식품검역에서 합격판정을 받고 이날 통관 절차를 마쳐 2대의 냉동차에 실려 빠져나간 뒤였다.
수입업자인 유진농수산은 홍합 16t을 2대의 콘테이너로 2월10일 수입,부산항에 입항한뒤 수입물검역을 받아 3월11일 합격판정을 받았다.
통상의 검역절차는 1주일 정도지만 뉴질랜드 대사관에서는 2월1일 수산청에 뉴질랜드 연근해에 적조현상이 발생,어패류에 대한 검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 통보돼 이번 수입홍합은 23일간이나 검사를 받은뒤였다.
검사에서는 중금속·콜레라·비브리오균 등이 대상항목이었으나 문제가 된 리스테리아는 포함되지 않았다.
리스테리아는 최근 문제가 된 것으로 국내식품의 검사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유진농수산은 부산세관을 빠져나온 수입 홍합을 밤새 운반해 17일 오전 성남과 수원 2곳의 냉동창고에 보관던 것.
18일 오후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으로부터 수입 홍합에 문제가 있다는 전문을 받은 외무부가 이 사실을 발표하면서 보사부는 문제의 키위 무셀스사 수입홍합 뿐아니라 올 수입량 전체에 대해 검역이 끝날때까지 판매금지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수산청이 수입선에 연락,출고를 막은 것은 16일 밤 냉동운반트럭이 부산을 떠나 경부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을 때였다.
유진농수산 관계자는 『냉동차가 부산 세관을 떠난 뒤 검역소로부터 수입 홍합에 문제가 있다는 말을 듣고 냉동창고에 연락,출고하지 말도록 지시했다』며 『하루만 늦었어도 소비자에게 출고가 될뻔했다』고 말했다.<제정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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