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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 완결편 출간 앞둔 JK 롤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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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금발의 미녀가 복권에 당첨되게 해달라고 늘 기도했지만 결과는 항상 ‘꽝’이었다.“왜 저를 버리셨나이까?” 하늘에서 응답이 왔다. “아가야! 나도 정말 도와주고는 싶은데 말이다. 네가 일단 복권을 사야 되지 않겠니?” 이 우스갯소리의 교훈은? 소망의 구현에는 구체적 실천이 필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다. 해리 포터가 전 세계를 달구고 있다.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이 11일 극장에서 개봉됐고 21일에는 완결편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도들』이 나온다. 헌데 J K 롤링의 소망도 소망으로 끝날 뻔했다. 어릴 적부터 롤링의 꿈은 작가였다. 대학시절까지 뭔가를 항상 쓰곤 했으나 끝마무리는 못했다. 다른 사람 작품을 계속 읽기만 했다. 계기가 찾아왔다. 1990년 밤 기차를 타고 가던 중 갑자기 해리 포터 스토리의 골격이 떠올랐다. 그 순간은 “사랑에 빠질 운명의 사람을 만난 것과 같았다.” 즉시 집필에 착수했지만 해리 포터 1탄이 탈고된 것은 1995년. 배수진을 쳤기 때문에 가능했다.

9개월간 집필에 매진했다. 다른 일을 하면 해리 포터를 영원히 세상에 내놓을 수 없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의도적 가난’이 롤링이 띄운 승부수였다. 새근새근 곤히 자는 딸 옆에서, 커피 한 잔 시켜놓고, 눈치 봐가며 해리 포터를 썼다. 일주일치 정부보조금 70파운드(약 13만원)로는 딸에게 장난감을 사주고 싶어도 사줄 형편이 아니었다. 눈물이 성공이 되자 언론은 롤링 신화를 만들었다. 종이 살 돈이 없어서 냅킨에 글을 썼다는 등등… 그 정도는 아니었다. 탈고 후 출판사를 찾아야 했다. 출판중개인 목록에서 크리스토퍼 리틀이라는 이름이 왠지 마음에 들어 원고를 보냈다. 리틀이 출판사 여러 곳을 접촉했으나 돌아오는 건 ‘상냥한’ 거절뿐… 마침내 블룸베리가 출판을 결정했다는 낭보가 있었다. 처음이 힘들었지 그 다음엔 집필도 출판도 훨씬 쉬웠다. 입소문이 수억 명의 마음속에 설렘이 됐다. 포브스지가 추산하는 롤링의 재산은 10억 달러. 인류 역사상 작가로서는 최고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보다 더 부자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현재 3억2500만 권이 팔렸고, 65개 국어로 번역됐다. 작위도 받았다. 찰스 왕세자, 빌 클린턴,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도 열혈 팬이다. 독자들은 8편 집필 청원운동에 착수했다. 이들은 해리 혹은 다른 주인공이 7편에서 죽을지 모른다는 소문에 노심초사한다. 해리 포터 때문에 독서에 취미를 붙인 어린이들이 늘었고 학교 성적도 향상됐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롤링이 만든 머글(muggle, 마법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는 말은 2003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수록됐다. 부자가 되면 뭐가 좋을까? “돈 걱정 없다는 게 제일 좋다. 걱정 없는 게 내겐 최고의 사치다.” 롤링은 주로 여행에 돈을 많이 쓴다. 갈라파고스 제도, 모리셔스 등으로 여행가는 데 1만5000파운드(약 2800만원) 정도 쓴다. 살고 있는 집은 방이 13개. 200만 파운드(약 37억원)짜리다. 좋은 옷에는 관심 없지만 핸드백·구두 욕심은 좀 있어서 지미추·프라다·디오르 제품을 산다. 갖고 있는 제일 비싼 시계는 300파운드(약 56만원)짜리 구찌 시계다. 돈벼락을 맞았지만 롤링은 ‘미치지’ 않았다. 샌드위치를 직접 만들어 먹는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도 돈의 좋은 점. 롤링은 소년·소녀 가정, 동유럽 고아, 의학연구에 상당한 돈을 기부한다. 나쁜 점은? 파파라치들이 쫓아다닌다. 수영복 차림의 롤링이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종교계는 해리 포터가 어린이들을 마법에 빠지게 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권선징악적 요소는 종교적이라고 인정하기는 했지만. 쓰레기통을 뒤지고, 편지를 훔쳐가고, 협박하는 사람도 있어서 공수특전단 출신 경호원도 채용해야 했다. 롤링의 어린 시절은? 두 살 아래 여동생 다이애나와 처절하게 싸우면서 컸다. ‘휴전’ 시에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롤링이 던진 건전지에 맞아 다이애나의 눈썹 위에 작은 흉터가 생겼다. 다이애나는 변호사가 됐다. 롤링은 선생님 몰래 책상 위에 구멍을 크게 내기도 했지만 선생님이 질문하면 자기가 대답하려고 기를 쓰며 손 드는 기특한 학생이기도 했다. 아버지는 자동차 회사 롤스로이스의 엔지니어였다. 어머니는 10년 투병 끝에 45세에 숨졌다. 옥스퍼드에 진학하려 했으나 입학허가가 나지 않았고 롤링이 번역가나 통역사가 되기를 바란 부모님의 희망에 따라 대학에서는 프랑스어를 전공했다. 학부 학점은 바닥이었다. 롤링은 운전을 못한다. 17세에 운전면허시험에 떨어졌고 운전하면 왠지 나쁜 일이 생길 것 같아 포기했다. 롤링의 글쓰기 방법은? 좋아하는 책은 읽고 또 읽는다. 제인 오스틴의 『에마』는 20번 이상 읽었다. 집필 구상은 머리가 폭발할 정도로 한다. 글 쓰는 시간은 하루 10분에서 10시간이다. 글을 마음에 들 때까지 자꾸 고친다.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의 제9장은 13가지 다른 버전으로 만들었다. 롤링은 많은 이의 희망이기도 하다. 미래의 ‘제1, 제2 롤링’에게 롤링은 귀띔한다. “출판사가 출판할 만한 내용의 책을 쓸 것. 모든 출판사가 출판을 거부하면 그 책은 출판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때는 방향을 수정할 것. 원고를 보내고, 기다리고, 기도한다.” 너무 간단한가? 하지만 해리 포터가 세상에 나온 것은 이 방법을 통해서라고 롤링은 말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롤링 자신도 모른다고 한다. 이젠 좀 쉬고 싶다는 말도 했다. 8편 집필에 대해선 "절대라는 말은 절대 하는 게 아니에 요"라며 여운을 남겼다. 확실한 게 있다. 롤링은 고집쟁이이기 때문에 자신 뜻대로 할 것이라는 거다. 판매에 도움이 될 거라며 해리 포터에 미국 사람을 넣자고 누가 권했으나 롤링은 거부했다. 마지막 한 가지. 롤링은 “인생은 고(苦)”라는 부처의 말에 너무나 공감한다고 한다. 롤링은 말한다. “사람들은 깔끔한 인생을 바라지만 인생은 울퉁불퉁하다.” 김환영 <2267@joongang.co.kr> 중앙SUNDAY 구독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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