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정원이 왜 야당 후보 부동산 뒤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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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정원 직원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친인척 부동산 내역을 정부 전산망에서 조회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정원은 어제 “한 직원이 지난해 공무상 필요에 의해 적법 절차에 따라 행자부 부동산 관련 자료를 열람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권력기관이 아니고는 확보하기 어려운 세밀한 자료들이 무더기로 유출된 의혹을 풀 실마리를 찾은 셈이다.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김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찰이) 범죄가 전제되지 않은 (대선 후보의) 검증 작업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더구나 적법한 공식 절차도 아니고, 국가정보기관이 은밀하게 특정 후보를 음해할 자료를 만드는 것은 헌법상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국헌을 문란하게 하는 반국가사범이다. 철저히 진상을 밝혀 엄벌해야 한다.

 반드시 밝혀야 할 것은 누구의 지시를 받고, 누구에게 보고했으며, 어디로 빼돌렸느냐 하는 것이다. 국정원은 보도자료에서 “현재까지 상부 보고, 외부 유출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상부 보고도 않은 ‘적법 절차’라는 게 도대체 있을 수 있는가. 국정원은 직원이 아무렇게나 정보를 유출해도 반년이 넘도록 장님 행세를 하는 그런 미련한 기관인가. 또 6급 직원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야당 정치인의 친인척 부동산 내역을 뒤졌으며, 국정원이 말하는 ‘공무상 필요’란 무엇인가. 야당 정치인 주변 인사의 부동산이 국가안보와 무슨 관계가 있는가.
 이 전 시장 측에서는 국정원 내에 2급 L씨가 책임을 맡고, 열람한 직원이 소속된 TF팀이 있으며, 여기서 야당 후보 X파일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팀과 X파일이 존재하는지도 밝혀내야 한다. 특히 그 최고 책임자가 누구인지는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렇게 권력기관이 본분을 잊고 선거판에 휘말리고 있는 데는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대통령부터 선거법을 조롱하고, 선거운동을 하겠다고 나서니 기강이 서겠는가. 선거에 개입한 공직자는 엄벌에 처해 다시는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