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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출직 공무원 뇌물 수수 가볍게 처리해선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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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선출직 공무원의 뇌물수수는 더 이상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가볍게 처리해서는 안 된다. 공무원 뇌물 범행에 엄정한 형을 선고함으로써 예방의 효과를 거둘 필요가 절실하다."

12일 오전 춘천지법 2호 법정. 제4형사부의 재판장인 이성구 부장판사가 이렇게 말하며 징역 7년을 선고하자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함형구(59.사진) 고성군수는 낙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어뜨렸다.

이 부장판사가 선고한 징역 7년은 검찰이 구형한 형량 그대로다. 함 군수는 2004년 11월 콘도 사업자인 장모(53)씨에게 부탁해 자신의 선거운동을 도운 강모(45)씨에게 3억2000만원을 송금하도록 한 혐의로 3월 구속기소됐다.

이 부장판사는 "단체장들이 선거에 도움을 준 사업자 등에게 음양으로 각종 이권을 주거나 편의를 보아 주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사업자들은 그 같은 혜택을 받기 위해 후보자들을 금전적으로 지원하고 그로 인해 선거 결과가 왜곡된다"며 중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함 군수는 일반 공무원의 모범이 돼야 하나 직무와 관련해 거액을 요구하는 범행을 저질렀으면서도 이를 계속 부인하는 등 반성의 빛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부장판사는 또 돈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강씨에게 "돈의 대부분을 혼자 사용한 데다 진술을 자주 번복했다"는 이유로 법정최고형인 징역 5년에 추징금 3억20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서는 "공공사업은 물론 행정관청의 인허가를 전제로 하는 뇌물 범행에 대해선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해당 공무원뿐 아니라 뇌물 공여 사업자도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3자 뇌물수수 혐의는 징역 10년 이하에 처해지나 판사 재량으로 형의 절반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부장판사는 경각심을 불어넣기 위해 5년 경감이 아닌 3년 경감만 해 징역 7년을 선고한 것이다. 판결문에서 밝혔듯 선출직 공무원의 뇌물 수수 등 비리가 끊이지 않아 엄벌을 통해 이 같은 범죄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해서다. 전북 임실군에서는 민선 자치 이후 당선됐던 군수 3명이 모두 구속되기도 했다. 함 군수 측은 이날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춘천=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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