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이 위험하다/보수파 수만여명/군부 봉기촉구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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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옐친 창군 기념헌화식에 불참/의회의장 핀란드서 급거 귀국
【모스크바 AP·AFP·로이터=연합】 러시아 강경 보수주의자들과 퇴역 군인·연금생활자 등 수만명의 공산주의 지도자들은 23일 창군 기념일을 맞아 모스크바 중심가에서 보리스 옐친대통령의 퇴진과 함께 군부의 무장봉기를 촉구하는 대규모 가두시위를 벌였다.<관계기사 4면>
최근 수개월새 최대 규모인 이날의 반옐친 시위에는 블라디미르 크류츠코프 전 KGB의장과 발렌틴 파블로프 전 총리 등 지난 91년의 불발 쿠데타 주모자들과 극우 공산주의 단체회원들이 대거 참여,소련국기와 레닌 초상화를 들고 『타도 옐친』『소비에트 러시아 만세』등의 구호를 외쳤다.
옐친 대통령은 창군기념일에 군 통수권자가 무명용사 묘지에 헌화하는 전통적 관례를 깨고 이날 크렘린궁에서 거행된 헌화식에 불참했다. 그를 대신해 헌화한 알렉산드르 루츠코이부통령은 옐친대통령이 모스크바 근교에서 휴가중이며 건강 상태도 양호하다고 말한 것으로 이타르­타스통신이 전했다.
옐친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최근 행정부와 의회간의 권력분점을 둘러싸고 심각한 권력다툼을 벌여온 하스불라토프 최고회의의장은 핀란드 공식 방문일정을 단축하고 24일 급거 귀국길에 올랐다.
하스불라토프 의장이 이처럼 서둘러 귀국하는 이유는 공표되지 않았으나 핀란드소식통들은 러시아내 권력투쟁 때문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의 전군장교회는 20,21일 양일간에 걸쳐 모스크바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군전투력 유지의 실패 등 책임을 물어 파벨 그라초프 국방장관의 사임을 촉구했다.
이들은 그라초프장관이 육군과 해군의 전투력 유지 및 군 기율의 강화와 관련된 문제들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으며 군인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사회적 보호와 이들의 권리 및 이익을 보장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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