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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뚫린 국가기관 전산망/컴퓨터 천재의 범행 미수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관련기관 “확인” 없었다면 완전범죄/IQ백40… 역학 등에 빠져 대학낙방/컴퓨터 1년 독학후 “세계최고” 자부/범인
국내에서 수사당국에 검거된 첫 「컴퓨터해커」로 기록될 김재열씨는 독학으로 국내 최고수준의 실력을 쌓은 「신세대 컴퓨터 천재」로 확인됐다.
순천시 S고교 출신인 김씨는 IQ1백40의 높은 지능으로 1,2학년때까지는 상위권의 성적에 반장을 지낸 모범생이었으나 고3때부터 풍수지리설,무속신앙,사주·관상에 심취하면서 학업성적이 떨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88년 2월 고교졸업후 서울 사립명문 K·S대 입시에 낙방,3수까지 했으나 끝내 대학진학에는 실패했다.
91년 5월 컴퓨터를 구입한뒤 외국전문서적 20여종을 입수,독학해 불과 1년남짓만에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나를 지도할 사람이 없다』고 자부할만한 전문가 수준에 올랐다.
지난해 3월 토플시험에 응시,5백60점을 받아 미 시카고대학(경제학전공) 유학자격을 얻은 그는 연간 1만8천달러나 되는 유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금융기관의 「휴면계좌(고객이 장기간 찾아가지 않는 소액계좌」예금 총액이 7백억∼8백억원에 달한다는 보도를 접하고 「금융기관의 전산망자료를 빼낸뒤 이를 분석해 휴면계좌를 한 계좌로 모아 돈을 인출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했다.
김씨가 휴면계좌를 범행대상으로 삼은 것은 예금주가 이미 포기한 상태라서 문제제기가 어렵고 은행측이 설사 알게된다 해도 신용하락을 우려해 문제삼지 않으리라고 판단했기 때문.
검찰과 전문가들은 김씨의 범행이 성공했다면 실제로 추적이 불가능한 완전범죄가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김씨가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컴퓨터통신에서 청와대나 국세심판소의 ID(사용자번호)·비밀번호를 사용해 범행완료후 수사기관의 역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이용중인 정보통신망은 (주)포스데이타의 「포스서브」통신망 1개와 (주)데이콤의 「천리안」통신망 5개 등 모두 6개.
김씨는 외국컴퓨터서적을 통해 포스서브통신망의 설계방식과 원리를 파헤쳐 청와대 ID와 비밀번호를 알아낸 것으로 조사돼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청와대·금융기관 등 국가주요기관 전산망관리의 허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컴퓨턱관련범죄로는 87년 독일인 해커가 미 국방부전산망에 침입,군사기밀을 빼내 구소련 KGB에 팔아넘긴 사건을 들고 있다.
한편 데이콤측은 이번 사건 발생직후 고객관리과를 신설,비밀번호를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변경요청시 반드시 당사자인지 여부를 확인토록 하는 등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했다.<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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