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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최대 부정… 존립위기/광운대 어디로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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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총장·보직교수 줄줄이 개입/「비리온상」 대외이미지 추락/학사일정 정지상태… 후유증 심각할 듯
광운대는 이제 어디로 가는가. 「사상 최대의 입시부정」으로 총장·재단이사장이 한꺼번에 해임되는 된서리를 맞는 광운대의 앞길은 첩첩산중이다.
보직교수·학교실무자들이 줄줄이 구속돼 학교운영은 마비되고 신입생 모집정원이 수백명씩 감축되는가 하면 학생들은 재단사퇴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광운대는 그야말로 존립의 위기에 서있다.
변칙 기부금입학을 통해 긁어모은 돈으로 10층짜리 건물을 세워가며 학교의 위세를 확장해보려던 재단과 학교관계자들의 과욕이 빚은 어처구니없는 결과다.
광운대 부정입학사건은 핵심고리를 쥐고있던 조하희교무처장이 7일 밤 자수해옴에 따라 사건이 터진지 5일만에 전모가 밝혀지고 있지만 정작 광운대가 겪어야할 시련은 이제부터인 셈이다.
◇관선이사파견·정원감축=교육부가 6일 광운대 재단이사진의 취임승인을 취소,관선이사를 파견키로 하고 총장을 퇴임시키기로 결정함에 따라 광운대는 이제 「법정관리학교」가 됐다.
조무성총장의 퇴임은 사실상 조씨 1인에 의해 운영돼오던 광운대로서는 커다란 충격일 수 밖에 없다.
설립자인 고 조광운씨의 2남인 조 총장은 「재단이사장과 총장을 겸임할 수 없다」는 교육법에 따라 총장을 맡아왔지만 재정적으로나 정신적인면 모두에서 학교운영을 실질적으로 총괄해 왔다.
7명으로 된 현재 이사진도 조 총장의 동생 인성씨(47)를 비롯,모두가 조씨의 측근들이다. 이들이 모두 해임되고 관선이사가 파견될 경우 재단은 더이상 학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사태가 더욱 악화돼 조씨 등 설립자 일가족이 재단으로부터 아예 손을 떼 2대에 걸친 학교운영을 끝내는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
이 경우 과거와 달리 재단을 선뜻 인수해 학교를 운영하려는 기업이 거의 없는 최근의 실정을 고려할때 관선이사 체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3백50여명의 신입생모집이 감축되는 것도 광운대로서는 설상가상인 격이다.
몇십명의 정원을 늘리려고 대학마다 치열한 로비를 펼쳐대는 마당에 수백명씩 정원이 줄어드는 것은 학교의 「수입원」이 그만큼 감소되고 교세가 위축되는 것을 뜻한다.
교육부가 부정입학생의 5배수에 해당하는 인원을 감축시키기로 함에 따라 부정입학생이 더 드러날 경우 광운대는 더 많은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운영마비=부정입학사건의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면서 광운대의 학교운영은 거의 마비상태다.
「발전하는 광운대」를 과시하기 위해 1백20억원을 들여 교내에 짓던 10층짜리 문화관과 연구관 신축공사는 자금난으로 공사중단에 처하게 됐다. 2년간의 부정입학을 통해 조성된 자금으로 62억여원은 이미 지급됐으나 나머지 58억여원의 공사대금은 충당할 방법이 막연해졌기 때문이다.
법원이 재판에서 학부모로부터 받은 변칙기부금의 추징을 명령할 경우 재정적으로 막대한 타격을 입게된다.
행정의 공백상태도 심각하다. 총장·비서실장·대학원장 2명·보직교수 전원 등 학교를 움직여야할 「사공」들이 모두 구속되거나 수배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대학자율로 실시되는 입시대비계획·교수채용·신입생오리엔테이션 등 부지런히 서둘러야 할 학사일정들이 완전히 정지된 상태다.
학교측은 부정입학생들 때문에 억울하게 떨어진 수험생들을 재사정해 합격시킨다는 방침이지만 시행방안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이같은 운영마비는 관선이사가 파견돼 총장이 새로 선임되고 보직교수들이 임명되면 표면상 일단락되겠지만 후유증은 길게 이어질 것이다.
◇학내 갈등 우려=부정입학파동이 있기전까지만 해도 광운대는 재단과 학생·교수들의 사이가 원만한 대학중 하나였다. 조씨일가의 족벌체제라는 외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오히려 학교를 두둔하는 편에 속했고 교직원 노조도 물의를 일으킨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총학생회는 6일 즉각적인 재단퇴진을 요구하고 나섰고 평교수협의회에서도 진상규명을 외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대학의 대외이미지 실추다. 광운대는 90년 전국 대학중 가장 높은 입시경쟁률을 보이는 등 성공적으로 학생모집을 해왔다.
그러나 일단 「부정입시의 온상」으로 낙인찍힌 이상 상당기간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하고 재학생들끼리도 부정입학생이 5%가 넘는다는 사실로 인한 불신과 갈등이 적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김종혁기자>
□광운대 입시 부정 학부모
◇부정합격(93년 후기)
학부모 학생
이영선(유치원 경영) 이모(성남고·전자)
이준행(청과상) 이모(송곡고·전기)
박선하(빌딩임대업) 박모(경복고·전산)
조병기(목욕업) 조모(영파여고·전산)
지수구(도자기업체사장) 지모(한성고·경영)
김진일(세왕정밀사장) 김모(잠신고·경영)
김태걸(아진산업대표) 김모(현대고·경영)
박성태(상도전기대표) 박모(영동고·경영)
장성득(육군소장) 장모(세화고·경영)
정희준(부동산임대업) 정모(중동고·경영)
이재근(포목상) 이모(동성고·경영)
김영준(성신양회부사장) 김모(홍대부고·경영)
박홍정(고려증권감사) 박모(반포고·경영)
김창동(포목상) 김모(건대부고·무역)
오세창((주)성보대표) 오모(은광여고·국문)
정은섭(대주산업사장) 정모(이화여고·영문)
이풍진(약사) 이모(영파여고·영문)
이상혁(화일건영사장) 이모(경기여고·영문)
강원태(치과의사) 강모(경문고·영문)
백영배(동양나이론부사장) 백모(경기여고·신방)
권오륜(호유부사장) 권모(정신여고·신방)
이호용(의사) 이모(문일여고·신방)
정영광(사채업자) 정모(서울여고·신방)
윤종상(건설업) 윤모(건대부고·무역)
한광규(인성문화사장) 한모(대원고·무역)
전태섭(일진기업사장) 전모(영광여고·국문)
전신섭(오퍼상) 전모(반포고·무역)
이승규(포목상) 이모(경기여고·영문)
민승기(서일산업대표) 민모(남강고·신방)
한영숙(여·한서개발대표) 서모(인성여고·신방)
김월순(여·주부) 조모(강동고·건축)
신성진(조경업) 신모(보성고·환경)
최기원(사업) 최모(경복고·전자)
이정택 이모(한강실업고·전자)
이윤심(여·사업) 강모(현대고·전자)
권오균(사업) 권모(용문고·컴퓨터)
김도영(회사원) 김모(광성고·전자통신)
정경진(사업) 정모(온수고·건축공)
정진수(회사원) 정모(단대부고·경영)
이창헌(회사원) 이모(진선여고·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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