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글로 우리 문학 기틀 놓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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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한무숙 형님!
지금 제가 머리 숙여 추모의 글을 올리게 됨이 어찌된 일 입니까. 안타깝고 비통한 심정 토로할 길 없습니다. 바로 지난달 저와 형님이 그렇게 아끼시던 명원회 가족들에게 들려주신 그 정담들이 아직도 선연히 그림져 오는데…. 온통 세상이 회오리바람으로 정신을 빼놓을 듯한 소용돌이 속에서도 형님께선 반석 같으신 그 의지로 당당하게 세상을 뚫어보며 큰 글들을 써내 놓으셨지요. 우리문학의 기틀을 놓은 분으로 작가이신 형님, 그러나 형님은 작가이기에 앞서 다정한 분이셨습니다.
제가 행정대학원장직을 맡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으시고 어여쁜 동양란을 초롬히 안으시고 사무실까지 찾아주시며 『시원한 새 시대를 열어봐요. 나도 함께 동참할 터이니』라고 하신 말씀은「역사는 흘러감」을 상기시키며 후배를 따뜻하게 격려해주신 다정한 마음이 아니었던 가요. 항상 후배들의 배움을 격려해 주시던 일이며, 지난 가을학기에는 『나도 앉아서 배우겠다』고 하시며 강의실에 앉아 계시던 소망의 자태도 떠오름니다.
사랑과 용기를 끝없이 주시던 형님의 삶은 무언의 후광으로 저희들에게 힘듦을 덜어주셨습니다.
형님! 당신께선 정말 이 시대에 보기 드문 참사람이셨습니다. 냉철함과 따뜻함으로 혼신을 표현하신 문학작품들은 읽는 이들을 감동케 하셨습니다.
그러나 저와 매월 스무하룻날 형님과 함께 만났던 명원회 후배들은 몸과 마음으로 말씀하시는 형님의 모습을 더 기억하고 바른 사람의 길을 그 모습에서 찾아가겠습니다.
형님께선 삶과 죽음에 대해 영생을 믿으시며 분명 크나큰 진리를 체득하신 신앙인 이셨습니다. 이 세상과 저 세상이 모두 하느님께로 이어지는 길임을 확신하셨던 형님, 이승에서의 힘듦을 평안 속에 좀 쉬시려고 저승으로 자리를 옮기신 한무숙 형님.
이제 하느님의 품속에서 더한 사랑으로 영생하실 것을 굳게 믿으며 형님을 보내드려야 하나 봅니다.
형님! 편안히 잠드소서. 【고정명<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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