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주도한 입시부정(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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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현직 교감·교사가 범행을 주도하고 이른바 명문대학의 버젓한 대학생들이 대리응시라는 하수인 역할까지 맡은 입시부정사건을 보면서 누구나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충격을 받는다. 돈을 벌기 위해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풍조가 교육현장을 책임지는 교사에게까지,내일의 우리 장래를 짊어질 유망한 대학생에게까지 깊이 침투해 있음에 우리는 아연해질 수 밖에 없다.
『삼수생 아들을 대학에 보낼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고싶은 심정이었다.』 억원대의 돈을 건네준 학부모의 이러한 심경토로는 우리의 학벌만능주의 관념이 얼마나 뿌리깊은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어떤 수단,어떤 과정을 거쳐서든 대학만 들어가면 사람행세를 할 수 있고 출세를 할 수 있다는 잘못된 고정관념이 아직도 이 사회에 만연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범행에 가담한 교사나 학생 모두가 범행동기를 빚을 갚기 위해서,학비를 벌기 위해서라고 진술하고 있다. 아무리 교사의 봉급이 낮다 해도 선생님이 남의 집 담을 넘는 것은 고금동서에 없는 일이다. 요즘은 일류 대학생이라면 간단한 아르바이트나 가정교사만으로도 충분히 학비를 벌 수 있다. 결국 이들은 한탕주의·배금주의에 깊이 물들어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청소년의 교육을 담당하는 책임자건 학문의 길을 걷는 지성인이건 관계없이 돈만 벌면 무엇이든 한다는 배금풍조에 이토록 젖어있단 말인가.
경찰의 수사를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들의 범행이 이번 한차례뿐이었는지,다른 유사 범행조직은 없는지도 철저히 추적해 봐야 할 일이다. 현직교사와 대학생이 저지르는 해괴한 일이 더 이상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법집행이 필요하다.
교직자 단체도 이번 입시부정사건을 계기로 더이상 이런 범죄가 일어나는 일이 없도록 뼈를 깎는 자정운동을 벌여야 할 것이다. 가뜩이나 고액과외에 현직교사가 관계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리는 판에 몇몇 교사가 저지른 범행이 교직 사회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될까 걱정이다. 교직자로서의 상궤를 벗어나는 교사가 있다면 이들을 감시하고 고발하는 자정노력이 교사집단 내부에서 부단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지난해 시험지 도난사건과 최근 무선전화를 이용한 입시부정에 연이어 이번 사건이 터졌기 때문에 입시관리에 대한 보다 강한 보완책이 더욱 요구된다. 더욱이 내년이면 새 제도에 따른 수학능력시험을 보게 되고 30여대학은 본고사까지 치르는 입시제도의 전환기를 맞는다. 이럴 때일수록 기기묘묘한 부정사건이 일어날 소지는 더욱 높아진다. 특히 대학별 고사는 대학단위로 출제와 채점,그리고 보안책임까지 도맡아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부담도 높다. 치밀한 사전준비와 보완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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