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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교포 방북때 수뢰때문/북의 대남책임자 윤기복 후퇴 내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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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담당부하 3명이 돈받고 초청장 내줘 말썽/핵심측근과 함께 잡음 책임지고 퇴진한듯
대남전담부서를 북한 내부에서는 공식적으로 「통일전선부」(이하 통전부)라 부른다.
따라서 이번에 전격 교체된 대남책임자 김용순(59)은 통전부를 지휘하게 된다.
통전부는 크게 두갈래로 나누어져 「대남조선」과 「대해외동포」업무를 맡는다.
굳이 우리나라와 견주어 비교한다면 통일원과 안기부의 대북업무를 합친 중요하고도 방대한 조직이다.
통전부 산하에는 강주일 제1부부장(63)을 중심으로 대남전담의 임춘길부부장과 대미전담의 한시해부부장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강주일제1부부장은 김정일서기의 측근중 측근으로 사실상 대남전략 총책이다.
통전부에 이상기류가 형성된 것은 작년 2월부터였다.
윤기복대남담당비서팀 통전부장의 핵심측근인 한시해부부장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조짐이 이때부터 나타났다.
한 부부장의 직속부하인 노철수참사가 갑자기 「노동교양」이라는 명목으로 오지에서 장기간 체벌을 받으면서부터다.
노철수참사는 7·7선언 이후 재미교포들의 방북이 붐을 이루면서 급부상한 인물로 의사출신.
재미교포들의 방북 적격심사를 맡아 입북허가 여부를 결정짓는 역할을 해온 그는 이와 관련,재미이산가족·재미교포사업가·교포언론인들의 방북신청 과정에서 상당액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투서가 북한 중앙당에 접수돼 이같은 체형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차례 미국을 방문한 그는 9장의 백지초청장을 소지하고 와 자신의 전결로 초청장을 발부,말쌍을 빚은 것.
백지초청장 발부때 금품수수가 있었다.
노는 「노동교양」이후 잠시 복권돼 이 북한판 「떡고물사건」은 수습된듯 했으나 통전부 김수만과장,김영수참사,노철수 등 이른바 한시해라인이었던 3명의 핵심요원이 전원 해임되고 말았다.
이 소용돌이와 함께 통전부는 작년 2월∼8월 재미교포 방북을 규제해오다 8월 이후 일부 완화하기도 했으나 11월 이후 전면통제 하고 있다.
미국의 친북단체들간에 반목이 생긴 것은 90년 후반 재미경제인연합회(회장 김존영·영어명 존킴)가 발족하면서 부터.
경제인연합회 관계자들의 급부상은 미주통일촉진협의회(통협)를 중심으로 그동안 북한 당국과 관계를 가져왔던 「통일세력」들을 소외시켰다.
통전부 소속 북한관리의 방미때 재미경제인연합회 관계자들은 고급호텔과 리무진을 제공하는 등 이들의 환심을 사 「통협」측은 늘 주도권을 뺏겼다.
「이같은 잡음의 총책임을 지고 한시해부부장이 실권을 잃을 것」이라는 풍문이 꾸준히 있어왔다.
윤기복통전부책임자가 과학문화 담당비서로 밀려나고 김용순으로 교체됐다는 소식은 지난 17일부터 미주교포사회 친북단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통협」관계자 모씨가 부인쪽 이산가족을 만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후 이날 돌아왔기 때문이다.
통전부 소속 관리들은 「떡고물사건」이 고위층에 보고된후 오랫동안 정리작업이 진행됐으며,앞으로 재미교포를 통한 「통일(대남)사업」이 전면 재검토 될 것』으로 시사했다고 한다.
북한은 그동안 통전부가 추진해온 재미동포 사업에서 얻은 것만큼 잃은 것도 많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 같다.
득실면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통한 인도적 이미지 ▲조총련 같은 지지세력 구축 ▲범민족대회 및 김일성·김정일 생일행사 등에 축하단 동원 ▲경제적 도움 등이 얻은 것이라고 한다면 ▲밀폐·낙후된 생활 노출 ▲사상교육의 동요 ▲남한의 윤택한 생활인식 ▲그동안 반동분자로 몰렸던 월남가족들의 물질적 급부상으로 생기는 반목 등을 잃은 것으로 들고있다.
북한의 재미동포를 통한 대남사업이 딜레마에 빠져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산가족 재회사업을 통한 재미교포들이 북한가족에 보낸 송금은 작년의 경우 30만달러가 넘었으며 올해 1월26일 현재 7만달러로 93년도에는 총1백만달러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사안들을 종합해볼때 김용순의 등용이 이런 비리사건과 얼마나 직접적 연관을 갖고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대미사업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하는 시점에 봉착했던 것만큼은 사실이며 따라서 앞으로의 방향이 주목된다.<시카고=이찬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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