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개혁」출발부터“삐거덕”/“상황변했다”공약 철회·수정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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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중산층 감세연기… 되레 세인상 시사/부시인물 대거 유임 변화기대 먹칠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주요 선거공약을 수정하거나 철회하고 인사내용도 변화와는 거리가 있는 인물들을 등용,취임초부터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노선을 사실상 답습한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그는 「변화」를 기치로 내정·외교 전반에 걸쳐 야심적인 공약을 내걸었으나 당선후 대부분의 공약을 『상황이 변했다』는 이유로 수정 또는 철회하고 있다.
재정 적자삭감 문제에서 그는 임기말까지 현재의 채무를 반으로 줄이겠다고 거듭 말해왔으나 이달들어 『재정전망이 악화되고 있다』며 공약이행이 어렵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시인했다.
그는 무엇보다 우선해 실시하겠다고 내세워온 중산층 감세도 우선정책 항목에서 제외시켰다. 리언 패니터 연방예산국장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희생이 불가피하다』며 오히려 세율인상을 시사하고 있다.
또 백악관 참모진을 25% 축소하겠다는 공약도 실제로는 확대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지난 14일 발표된 참모진 명단은 부시정권때의 13명에서 16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그는 외교면에서도 아이티난민의 망명을 받아들이겠다던 공약을 철회했으며 중국에 대해서도 인권문제를 내세워 거센 압력을 넣을 기세였으나 『고립화시켜서는 곤란하다. 최혜국대우도 계속하겠다』며 궤도를 수정했다.
클린턴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중산층 감세공약에 관한 질문을 받고 『언론이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런 공약 때문에 표를 몰아줬다는 유권자는 만나보지 못했다』고 되받아 신뢰성마저 의심받게 됐다.
그는 자신의 정책을 실무에 옮길 주요직 약 2백개 가운데 국무부의 일부 고위관리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을 부시정부인사 유임,혹은 공석상태로 둠으로써 「개혁정책은 새대통령취임후 1백일이내에 실행되지 않으면 사장된다」는 전례에 비춰보더라도 실망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국무부의 경우 개혁형보다는 위험회피형 인물로 알려진 워런 크리스토퍼 전 국무차관을 장관으로 임명하는데 그쳤으며 취임을 하루앞둔 19일에야 궁여지책으로 차관·차관보 등 상당수 실무책임자를 부시행정부 인사들로 구성,유임시켰다.
경제팀도 마찬가지다.
확실한 이니셔티브로 경제를 재건하겠다는 것이 클린턴의 가장 중요한 공약이었지만 재무장관으로 임명된 로이드 벤슨은 상원재무위원장직을 역임하면서 오늘날의 미국적자재정을 만든 책임자의 한 사람이다.
로라 타이슨 경제자문위원장,로버트 루빈 백악관경제담당보좌관 등의 경우 참신한 인물이긴 하지만 아이디어의 참신성에 공통점이 없어 실무에서는 서로의 의견이 상쇄되어 보수적 노선의 현실정책을 계속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더욱 곤란한 것은 이라크사태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안보정책을 결정할 국방부·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최고책임자 밖에 결정되지 않은 형편이다.
딕 체니 전 국방장관은 퇴임전인 지난 17일 ABC­TV 시사프로에 참석,『국방부에는 상원의 승인이 필요한 45자리가 있으나 결정된 것은 레스 애스핀 국방장관 뿐이다. 대통령취임후 72시간이내에 국방을 장악해야 하는데 각료 이외의 자리는 완전 공백』이라고 우려했다.
클린턴행정부가 공약을 파기하고 정책강령 제시·주요직 임명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이미 96년 재선을 염두에 두고 현상유지 전략에 들어갔다』는 비난까지 일고 있다.<이기원기자>
□클린턴의 최근 공약수정
공약 수정
세금 중산층 감세로 부유층도 납세공평 우선정책에서 제외
재정 96년까지 채무 반감 재정전망 어두워 달성곤란
난민 아이티난민 민주정부 수립때까지 선박에서 탈출하면 계속
일시적 망명 허용 송환
기구 백악관인원 25% 감축,국회에도 노력하겠지만 달성시기
축소 같은 비율의 축소요구 불명
대중 인권개선 없으면 최혜국지위 박탈 고립화 곤란,최혜국지위
국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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