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군제 서두를 이유있나(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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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교체를 앞둔 시기에 국방부가 통합군제를 들고 나온 것은 좀 느닷없는 느낌이다. 이필섭합참의장은 20일 93년도 대간첩대책 중앙회의에서 「군의 경제성을 높이고 미래전략 및 미래전투개념에 적응하고,미군으로부터의 평시작전권 회수에 대비키 위해 군의 효율성을 높여야 할 필요성」을 들어 지금의 합동군제를 통합군제로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달안에 중장급을 단장으로 하고 육·해·공군 소장급 3명을 부단장으로 하는 총 50명 규모의 「통합군제추진기획단」을 발족시켜 군의 구조전환작업을 본격화할 뜻도 밝혔다.
이 문제의 논점은 통합군제의 장단점에 관한 논란이 아니다. 그같은 군의 중요한 구조개편을 이 시기에 그러한 방법으로 서두르는게 합당하냐는 점이다.
2월25일이면 문민정부가 들어선다. 그와 함께 새로운 각료들이 임명된다. 국방부는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의 인수작업 과정에서 통합군제 추진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새정부 출범전에 대규모 작업팀을 가동시키겠다고 서두르고 있다.
국군의 최고 통수권자는 대통령이다. 지금은 바로 정권인수 인계가 진행중에 있다. 군의 운용구조 개편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지만 하루 이틀을 다투는 시급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대통령직 인수위와는 아무런 교감없이 기획단 발족을 서두르는건 어딘가 좀 이가 맞지 않는 일처리란 지적을 면키 어렵다.
지난 연말 최세창국방장관은 『국방부장관은 군출신이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초에는 직제에도 없는 국차장자리에 장군들을 보임했다. 거기에 통합군제추진 발언까지 나오니 필요와 의도는 어떻든간에 군이 특혜적 기득권을 지키려 한다는 오해를 사기 쉽다.
물론 통합군제 자체는 앞으로 우리가 채택할만한 장점이 많은 제도다. 작전·용병의 군령사항은 합참의장에게,행정·양병의 군정사항은 각군 참모총장에게 부여하고 있는 지금의 합동군제는 통합군제로 가기 위한 과도 조치다. 따라서 미군철수와 작전권회수에 대비해 군의 군령권과 군정권을 군내부에서도 통합하는 것이 군비절약과 군운용의 효율상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중요한 문제는 군의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원칙을 정한 다음 충분한 논의와 협의를 거쳐 신중히 처리할 일이다. 유감스럽게도 지금 군수뇌부의 움직임은 그런 절차없이 너무 서두르는게 아니냐는 인상을 준다.
우선 1월중에 기획단을 발족시키겠다는 생각부터 접어두는게 좋겠다. 그것은 새 정부가 출범한뒤 새 국방부장관의 책임하에 합리적인 절차를 밟아 추진토록 하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국군은 대통령의 통수를 받는 국민의 군대인만큼 정부교체를 앞두고 행여라도 군과 새 대통령측간에 틈이 있어 보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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