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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가정 위한「탁 노소」등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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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몸이 불편한 부모님을 홀로 남겨 둔 채 출근해야 하는 가정은 없습니까. 이런 가정의 고민을 해결해 드립니다.」 맞벌이하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관절염·신경통·치매 등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보통 60세 이상 부모님을 낮 동안 보살피는 일이 맞벌이 가정의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정의 고민을 해결해 줄 주간 보호 소(day care center)가 국내에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방문간호·단기보호·가정봉사 원 파견에 이어 새로운 재가복지로 떠오르고 있는 주간 보호 소는 치료비가 없어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영세가정 노인이나 자녀들이 모두 맞벌이하고 있어 낮 동안 시중을 들어줄 사람이 없는 노인을 가족대신 수발해 주는「탁 노소」.
은천 노인복지 회(회장 이병만)가 지난해 10월 서울 장안동에 처음으로 주간 보호 소를 연데 이어 11월에는 평화 사회복지관(관장 임춘식·서울 중계동)이, 12월에는 한국 노인회(회장 조기동)가 양천 경로센터(서울신정 1동)를 개관했다. 북부노인종합사회복지관(관장 이성희·서울 중계동)은 기존의 주간 보호업무 외에 치매노인만 전담하는 새로운 과정을 신설, 2월 1일 개소식을 갖는다.
유럽·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되어 있는 주간 보호 소는 노인들끼리만 따로 모여 사는 양로원 등 수용시설사업과는 달리 가족과 함께 살면서 낮 동안만 타인의 보호를 받는 것이어서 새로운 형태의 노인 복지사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물리치료 등 의료 서비스 외에 운동요법·음악요법·레크리에이션 등을 병행함으로써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노인이 느끼기 쉬운 심리적 불안·갈등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이들 탁 노소는 대부분 물리치료사·사회사업 사·간호사·작업치료사 등 전문인력을 확보, 각각의 증상에 알맞은 물리치료·마사지·찜질 등 의료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또 즐겨 부르던 노래를 같이 부르는 시간 등을 마련, 옛 기억을 되살려 내거나 기억장애가심해지는 것을 방지 또는 예방하기도 한다.
이들 시설은 대개 하루 5천∼3천 원의 이용료를 받아 운영하지만 생활보호대상자에겐 전액 무료로 개방한다. 은천 노인복지회의 경우 하루 10여명 정도가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설을 이용하는데는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들이 있다. 먼저 대상노인의 거주지에서 멀지 않은 곳이어야 한다. 그러자면 양적 확산이 불가피하고 휠체어를 타고 오르내릴 수 있는 시설 및 특 장차·셔틀버스 등 교통편의 확립이 시급한 실정이다. 북부노인종합사회복지관의 이성희 관장은 T탁 노소가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유치원만큼 그 수가 늘어나야 한다』며『지자제의 정착과 더불어 각 지역사회에서 적극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용자의 인식부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부모를 공양하는데 어떻게 남의 손을 빌릴 것이며, 더구나 어떻게 공동시설에 내맡길 수 있는가 하는 의식을 가진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시설과 전문인력 부족도 걸림돌로 작용하기는 마찬가지. 기존의 시설은 대부분 20여 평 규모로 협소하고 부대시설도 완전히 갖춰져 있지 않아 증상이 심한 노인은 수용하지 못하는 등 한계를 보이고 있으며 경험 있는 훈련된 인력도 수가 충분치 않아 인력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또 이용시간이 출퇴근 시간이 고려되지 않은 오전10시∼오후4시로 돼 있어 맞벌이부부의 라이프사이클과 맞지 않아 현실적인 어려움이 되고 있다.
재정부족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은천·양천 경로센터는 정부시범사업의 일환으로, 북부·평화복지관 프로그램은 삼성복지재단 등의 후원금이나 정부보조·재단기금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조리사·작업치료사 등 필요한 인력 보충과 부대시설 확충 및 개발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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