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순 나열지양 재판·인사·판례 등 집대성|공정하고 객관적 서술 위해 사학자도 참여| 법원 100연사 편찬위원회 간사 윤재윤 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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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금까지 한번도 체계적으로 정리된 적이 없는 근대이후 우리 법원의 역사가 체계적으로 정리되면 국민들이 사법부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우리나라 근대적 사법제도 1백년 역사를 총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법원 백년 사』(가칭)편찬실의 실무위원회 간사 윤재윤 서울고법판사(40)는 무거운 책임과 동시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7윌 김성일 법원행정처 차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법원 백년 사 편찬위원회를 구성, 1895년 갑오경장으로 근대사법제도의 시초가 된 재판소 구성 법이 제정된 이래 변전을 거듭해 온 각종 법령과 재판, 인사제도, 중요사건 및 판례, 주요법관 등을 집대성한「한국사법 1백년 사」를 95년 발간키로 하고 실무 작업에 들어갔었다.
이번 작업은 사법사의 연혁을 단순히 연대순으로 나열하는 것을 지양, 시기별 사법제도의 장단점 및 중요재판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시도하고 특히 일제시대부분까지 포함, 국내법제사의 획기적 전환점을 이룰 것으로 보여 국사학계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에서 권위 있는 법제 사를 서술하기 위해 법원내부 인사뿐만 아니라 법학자·국사학자·재야법조인등을 편찬위원으로 다수 포함시킨 만큼 홍보를 위주로 하는 기존의 다른 기관사 편찬 작업과는 차원을 전혀 달리하고 있습니다.』
윤 판사는 지금까지 부산·대구·광주·청주 등 전국 4곳의 법원 문서 보존 소와 등기소까지 샅샅이 뒤져 가며 판결문과 사건기록수집 작업을 해 오는 동안 상당수 기록이 멸실 되거나 보존상태가 불량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재야법조계 인사 등에게 법원행정처장 명의의 사신을 보내 자료수집에 협조해 줄 것을 부탁하고 법률전문지에 광고까지 냈지만 큰 성과는 거두지 못 했다는 것이다.
『20년이 넘은 1심 판결 기록 하나를 찾는데 만도 꼬박 3-4일이 걸릴 정도로 현재의 문서보존상태는 형편없습니다. 하지만 법원 사에 수록될 모든 사실에 대해서는 신문기사 등에 의존하지 않고 원본 문서를 토대로 확인작업을 거쳐 오류 없는 정사를 집필하고 중요사건의 판례를 중심으로 한 자료집도 낼 생각입니다.』
기존에 발간된 하급법원의 단편적인 연감·일지 등을 점검하면서 심지어는 동일사건의 형량마저도 각기 달리 기술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는 그는 이를 거울삼아「미래를 위해 과거를 반성하는 기록작업」에 완벽을 기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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