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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신료 인상 한 달 후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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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방송수신료 인상을 추진 중인 KBS가 고민에 빠졌다. KBS 경영진이 방송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4000원으로 1500원 인상하는 방안을 마련해 27일 이사회(의장 김금수)에 상정했으나 이사회가 인상안 의결을 미뤘기 때문이다.

KBS에 따르면 11명의 이사진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회의에서는 인상안을 놓고 4시간여 동안 격론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7월 9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재논의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KBS 관계자는 "이사진이 수신료 인상엔 원칙적으로 모두 동의했으나 대국민 홍보가 부족했다는 판단에 따라 의결을 미룬 것"이라며 "9일 임시 이사회에선 인상안이 의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인상안이 철회되거나 인상액 규모가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27일 회의에서 일부 이사는 정치권이 대통령 선거에 몰입하고 있는 데다 시간도 너무 촉박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내년 국회의원 선거 이후로 인상을 미루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신료 인상이 실현되려면 이사회가 승인하더라도 방송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낸 것이다.

이사회가 인상안 의결을 미룬 것은 수신료 인상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연주 KBS 사장은 지난 25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KBS 주최로 열린 '방송 수신료 인상 공청회'에서 "현 재원 구조로는 상업주의 방송의 범람을 막고 자본에서 독립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수신료 인상의 불가피성을 호소했다. 공영방송으로 제 기능을 하려면 광고 의존도를 낮춰야 해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설명한 것이다.

또 수신료 인상으로 확보한 재원으로 2012년까지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하고, 난시청을 해소하면서 공공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공청회에 나온 학자들은 KBS가 먼저 경영혁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세경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수신료 인상은 산술적인 돈의 문제가 아니라 정서적인 문제로 국민이 얼마나 KBS를 신뢰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종원 YMCA 시민중계실장은 "지금껏 난시청 해소를 우선 순위에 두지 않다가 수신료를 인상하면 노력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편 KBS는 다음달 1일부터 국내 방송사 최초로 9시 뉴스를 고화질(HD)로 제작해 방송하기로 했다. HD 방송은 기존보다 두 배 이상 화질이 선명하다. KBS는 2009년 말까지 서울 본사의 모든 뉴스 프로그램을 HD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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