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자 어머니 박정숙씨, 영정사진 앞에 사과를 놓은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9일 오전 캄보디아 프놈펜 깔멧병원에 마련된 비행기 추락사고 희생자 추도식장. 사고로 일가족 4명이 희생된 KBS 조종옥기자의 어머니 박정숙씨가 갑자기 손자 윤후(7)가 '사과가 먹고싶다'고 한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영정 앞에 사과를 놓는다. 큰손자 윤후 앞에 하나, 동생 윤민(2)이에게 하나, 아들과 며느리 앞에 또 하나…. 추모식장이 숙연해졌다. 사과를 올려 놓은 뒤 박씨가 주저 앉아 아들과 손주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하기 시작했다. 졸지에 아들과 며느리,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를 잃고 넋을 잃었던 박씨의 귓가에 '사과가 먹고 싶다'는 손자 윤후(7)의 환청이 들렸던 것이다. 비를 맞으며 이를 지켜보던 추모객들도 일제히 흐느끼기 시작했다.

29일 오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깔멧 병원에 마련된 항공기 추락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 故조종옥씨 가족 영정 앞에 사과가 놓여있다. [사진=박종근 기자]

캄보디아에서의 마지막 날인 29일 사고 희생자들의 시신이 안치된 깔멧병원 임시 분향소에는 현지 교민과 캄보디아 관계자들의 조문이 줄을 이었다. 특히 28일 밤에는 현지에서 북한정부가 직영하는 평양랭면관의 하대식 지배인이 직원들과 함께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평양랭면관 일동'이라는 리본이 달린 조화를 들고 와서 조문을 하기도 했다. 오낙영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 참사관은 "시신을 확인한 유족들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29일 하루는 아무런 일정을 잡지 않고 시신 운구를 위한 준비에 모든 인력을 집중시켰다."고 말했다.

이른 아침부터 비가 내린 29일 프놈펜 깔맷병원 캄보디아 항공기 추락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현지 북한이 운영하는 평양냉면에서 보낸 화환이 놓여있다. [사진=박종근 기자]

한편 시신 확인 작업이 마무리 된 희생자들의 시신은 29일 밤 대한항공 특별기 편으로 캄보디아를 출발해 30일 오전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번사고의 원인을 밝혀 줄 블랙박스는 빠르면 오는 31일 러시아에서 온 항공기 제작팀에 넘겨져 러시아로 이송될 예정이다. 그러나 블랙박스 해독에 최소 수개월에서 길기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정확한 사고원인을 파악하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프놈펜=박종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