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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 기둥균열 알고도 방치/청주소방서/사진까지 찍고 시에 안알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두기둥 “한눈에 붕괴위험”/소방·시공무원 직무유기 집중수사
【청주=임시취재반】 충북 청주시 우암상가아파트 붕괴사고는 날림공사 외에도 청주소방서 등 관계기관들이 87년부터 붕괴 위험을 알고도 방치,대형참사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이 사고를 수사중인 검경합동특별수사반(반장 강정일청주지검 형사1부장)은 9일 청주소방서가 87년 관내 건축물에 대한 일제소방점검을 벌여 특수건축물 관리카드를 작성하면서 우암상가아파트의 주기둥 6개 가운데 2개의 아랫부분에 심한 균열(너비 2㎝·길이 60㎝)이 있는 사실을 발견,사진까지 찍어놓고도 건축물관리는 자신들의 소관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청주시에 통보조차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서측이 보관중인 사진에는 아파트 북쪽 다동의 주기둥 6개 가운데 2,5번째 기둥 아래쪽에 심한 균열이 생겨 한눈에 붕괴 위험성이 짙음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특별수사반은 이에 따라 당시 청주소방서와 구·시청 공무원들을 상대로 직무유기여부에 대해 집중수사하고 있다. 특별수사반은 특히 당초 최초의 발화지점을 지하로 추정했으나 목격 주민·소방관들의 증언,가동에서 연기가 다른 5개의 출입구보다 많이 뿜어나와 가동 2∼4층 주민들이 출구를 이용하지 못하고 옥상으로 대피했다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점 등을 들어 발화지점이 가동1층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발굴현장에서 폭발되지 않은 LP가스통이 72개나 발견된 점으로 미뤄 이번 사고가 LP가스 폭발보다 부실시공이 주원인인 것으로 보고 이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별수사반은 또 건축의 부실시공 부분을 캐기 위해 붕괴된 건물의 설계도면을 8일 오후 확보하고 우암상가번영회장 노병삼(42)·총무 김한영(34)씨,경비원 조태식씨(54) 등 건물관리 관계자 3명과 청주시 주택과장 김철수씨(46) 등을 소환,사고건물의 건축 및 준공허가경위 등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특별수사반은 이와 함께 건물신축 당시 공사발주를 한 우암종합시장(주) 자재과장이었던 이 아파트 가동 203호 송태홍씨(51·부동산업)로부터 대표 최계일씨(52·서울 상계동 980의 9) 등 4명이 공동으로 땅을 구입해 설계는 당시 청주문화건축설계사무소(소장 이학노·72)에,공사는 청주 신흥건설에 맡겼던 사실을 밝혀내고 당시 우암종합상사(주) 전무였던 신효상씨(54)와 80년 건축당시 청주시청 주택계장이었던 윤문수씨(현 현일건설 이사)를 불러 부실시공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설계사무소장 이씨,최씨 등 건축주 4명,신흥건설 관계자 등에 대한 소재 파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별수사반은 특히 건축주 최씨가 유신시절 고향인 전북 순창에서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이었고 사고건물 외에 청주시 모충동 남부상가아파트건물도 지은 것으로 밝혀내고 최씨가 대의원 경력을 배경으로 공무원들과 결탁,부실시공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특별수사반은 수사결과 비리·업무태만 등이 드러나는 관련자는 모두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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