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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느다란 기둥 철근굵기도 반/명백한 “모래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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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기반 철제빔도 듬성듬성/준공검사 어떻게 났는지…/붕괴아파트/“시공업체는 신흥건설”공사관계자 “부실”증언
【청주=임시취재반】 청주시 우암동 우암상가 아파트 붕괴사고의 근본원인은 날림설계·공사에다 눈가림 준공검사에 있었던 것으로 이 건물 신축에 참여했던 관계자의 증언과 사고현장을 조사한 대학교수·건축사 등 전문가들의 확인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특히 영세업자가 짓는 집단거주 시설들이 유사한 문제점을 안고있을 개연성이 높다는 지적이 심각하게 나오고 있다.
이 상가 아파트 신축 당시 건축주였던 최계일씨 등의 부탁으로 공사에 참여했던 송태흥씨(52·우암상가 아파트가동)는 사고후 처음으로 중앙일보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80년 공사 당시 시공을 맡았던 신흥건설이 재정난으로 시멘트를 제때 공급받지 못해 날림공사가 됐던 것』이라며 부실시공 부분을 일부 시인,이번 사고가 「부실공사에 의한 인재」였음이 건축 관계자의 입을 통해 최초로 확인됐다(이 부분은 잔해물 철거과정에서 거의 시멘트를 섞지 않고 자갈만 보일 정도로 만든 철근 콘크리트기둥 등을 통해 드러남).
송씨는 또 『이 상가 아파트의 실제 건축주는 이미 언론에 보도된 최계일씨 외에도 이상현·김형만·안한호씨 등 3명이 더 있다』고 밝히고 『이들중 김씨가 잘 아는 조형래씨가 경리과장으로 있던 신흥건설(당시 청주시 사직동 소재)에 공사를 맡겼었다』고 말했다.
최씨 등은 아파트를 지어 분양한뒤 부도를 내고 잠적,지금까지 행방을 감추고 있다.
이에 따라 사고후 청주시가 『관련서류를 보존기간(10년)이 지나 파기했다』고 밝혀 추적이 불가능했던 우암상가 아파트의 시공회사가 밝혀지고 붕괴사고의 직접원인으로 지적돼온 부실시공 부분도 거의 확인돼 주목된다.
송씨는 또 『설계·감리는 문화건축 설계사무소(소장 이학노·72·현대성내외건축사무소장)가 맡았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씨는 사고직후 갑자기 종적을 감춰 경찰은 이씨가 부실설계 및 부정감리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피한 것으로 보고 수배중이다.
이와 함께 사고현장 곳곳에서도 12년 전의 부실시공을 고발하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 붕괴원인이 부실시공·날림설계에서 비롯된 것임을 더욱 확실히 입증해주고 있다.
7일 밤 12시 철거현장을 지켜본 청주 L건축사무소 건축사 김경동씨(39)는 『이 건물 규모로 미뤄 가장 힘을 많이 받는 주기둥 굵기가 최소한 6백×6백㎜ 이상은 돼야하는데도 4백30×4백30㎜ 밖에 안돼 부실시공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건축사는 또 『콘크리트 기둥을 만들 때엔 철근을 묶는 띠철근 간격이 30㎝를 넘지않도록 촘촘히 매어져야만 기둥이 힘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그러나 이 건물은 띠철근 간격이 너무 멀어 이 역시 날림공사의 한 부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주대 건축공학과 반호용교수는 또 『3개동이 「일」자 형태로 연결되도록 설계된 것은 힘을 사방으로 고루 퍼지게 할 수 있어 외부충격에 강하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설계상의 구조 계산 실수나 부실시공 때엔 오히려 건물 붕괴촉진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 건물은 지하1층·지상3층으로 건축허가를 받아 공사하던중 81년 2,4,5월 등 세차례에 걸쳐 설계를 변경,지상4층으로 중축하고 옥상에도 2가구를 추가로 지은 사실이 밝혀졌다.
사고건물은 또 지하지반 공사를 하면서 50㎝ 간격으로 설치하도록 돼있는 철제빔을 2∼5㎝ 간격으로 그 수를 줄여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으며,층마다 깔게 돼있는 철근 역시 25㎜ 굵기의 규격품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10㎜의 가느다란 철근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축전문가들은 『이와 같이 명백하고도 어처구니 없는 부실건축이 어떻게 준공검사를 통과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업자 못지 않게 행정당국의 무책임한 자세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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