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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young 파워]차이콥스키 콩쿠르 결선 현장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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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폴란드 쇼팽,벨기에 퀸 엘리자베스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라 불리는 러시아 차이콥스키 콩쿠르의 최종 결선이 27일(이하 현지시간) 시작 됐다. 올해 최종 결선에 진출한 한국인은 피아니스트 임동혁(23)씨와 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23),신현수(20)씨, 특히 임씨는 퀸 엘리자베스까지 '3대 콩쿠르 입상'이라는 대기록에 도전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최고의 젊은 예술가를 가리는 현장은 치열했고 또 진지했다.

피아노 부문 최종 결선 장소인 모스크바 음악원이 있는 니키츠카야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택시기사 드미트리는 "콩쿠르 때문에 길이 두세 배는 더 막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티켓은 이날 오후 2시쯤 이미 다 팔린 상태. 정상가 1800루블(약 7만2000원)의 두 배가 넘는 4000루블(약 12만원)짜리 암표까지 돌았다. 공연장에 채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은 "임동혁의 연주를 듣고 싶다"며 포기하지 않고 출입문 앞에 서 있었다.

1700여 객석은 거의 다 차 있었다. 머리가 하얀 할머니부터 헐렁한 청바지 차림의 청소년까지 계층도 다양했다. 차이콥스키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라흐마니노프가 공부했던 유서 깊은 음악원 무대가 일순 환해졌다. 최종 결선이 시작된 것이다.

피아노 부문 결선 진출자 6명 중 첫 연주자는 한국의 임동혁. 팬클럽 회원이 4만여 명에 달할 정도로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는 '클래식 스타'다. 러시아에서 10년간 공부한 만큼 현지 지명도도 적지 않은 듯 했다. 그는 트레이드 마크인 까만색 차이나칼라 수트 차림으로 오후 7시30분부터 약 1시간30분 동안 자유곡인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과 지정곡인 차이코프스키 협주곡 1번을 연달아 연주했다. 자유곡보다는 지정곡이 중요하다. 출연자의 기량을 비교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심사위원은 모두 16명. 올해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씨도 심사에 참가했다.

연주는 평소 스타일대로 흐트러짐이 없었고 소리도 정확히 전달됐다. 숨죽여 듣던 관객들은 마치 대가의 콘서트에라도 온 것처럼 커다란 박수로 격려했다. 옆자리에 앉은 쉬크리타는 "이 콩쿠르에는 러시아의 자존심이 담겨 있다"며 "한국 연주자의 수준이 보통이 아니다"고 말했다.

임씨의 뒤를 이어 알렉산더 루반체프(21)가 나섰다. 국제대회 수상 경력은 별로 없지만 러시아의 신예로 평가되고 있다.

무대 뒤에서 만난 임씨는 "모든 일정이 끝나 시원하다"면서도 "오래 공부했던 곳인 만큼 부담스럽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연습을 했다며 바나나와 초콜릿, 벌꿀이 든 가방을 챙겨 든 그는 "오늘 내 연주는 87점 정도"라고 자신의 무대를 평가했다.

한편 윤소영씨는 28일, 신현수씨는 29일 돔 무지키에서 바이올린 부문 최종 결선에 나선다. 전 부문 최종 수상자는 29일(한국시간 30일 오전) 발표된다.

모스크바=김호정 기자

◆차이콥스키콩쿠르= 1958년 시작돼 4년마다 열리며 피아노·바이올린·첼로·성악 4개 부문에 걸쳐 수상자를 뽑는다. 역대 피아노 부문 주요 우승자로는 반 클라이번(58년),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62년), 미하일 플레트네프(78년), 보리스 베레초프스키(90년) 등이 있다. 피아노 부문 주요한국인 입상자로는 정명훈(74년 2위),백혜선(94년 3위)씨 등이 있다. 올해는 한국인 23명이 참가해 세 명이 결선에 올랐다.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피아노연주가

1984년

[現] 피아노연주가

1965년

[現] 서울시교향악단 음악감독(상임지휘자 겸임)

195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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