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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DI 이익 줄고 미래 먹거리 아직 못 찾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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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해 141조원의 매출에 10조7000억원(세전)의 순이익을 냈던 삼성이 신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그만큼 경영 실적이 예상보다 좋지 않고 환율.유가 등 외부 환경이 그룹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타개책을 마련키로 한 셈이다.

삼성그룹이 27일 전 그룹 차원에서 신수종사업 발굴, 구조조정 등 경쟁력 강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발표하자 그 배경에 재계뿐 아니라 온 나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국내총생산(848조원)의 17%를 차지한 명실 상부한 재계 1위 그룹. 삼성이 이 정도의 위기 의식을 느낀다면 다른 그룹의 향후 행보는 불을 보듯 뻔하다.

물론 반도체 가격 하락이라는 삼성만의 특수한 상황이 있지만 유가.환율 등의 어려움을 다른 그룹이라고 비켜갈 수 없기 때문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한 해에 10조원이 넘는 이익을 내는 삼성이 이 정도 조치를 한다면 다른 그룹은 더 강력한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전자 업종 부진이 원인=삼성은 그룹 대표 업종인 전자 분야에서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은 지난해 4분기 1조6600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올 1분기엔 5400억원에 그쳤다. 2분기에는 1분기 실적을 밑돌 것이라는 예상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LCD도 외부에서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일본 샤프는 최근 5000억 엔(약 4조원)을 들여 2009년까지 10세대 생산공장을 오사카(大阪)에 건설키로 했다. 세계 4위의 LCD 패널 생산업체인 대만 치메이(CMO)도 7.5세대 신규설비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또 삼성전자에 PDP 패널을 공급하는 삼성SDI는 1분기에 영업적자가 1100억원이 넘는 최악의 성적을 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환율과 원료가격 상승에 제품가격 하락이 겹쳐 실적이 크게 나빠졌다"고 말했다. 전자 계열사들의 실적이 나빠진 가운데 삼성이 경쟁력 강화 방안을 시행하자 "위기에 따른 구조조정"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건희 삼성 회장은 올 3월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2007 투명사회협약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자 업종의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한 바 있다. "휴대전화.반도체 같은 삼성전자의 주력 업종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이 회장은 이어 "삼성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4, 5년… 6년 뒤 아주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 측이 26일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한 설명에서 "이 회장의 발언을 계기로 그룹 차원에서 미래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고 한 것은 바로 이 부분을 가리킨 것이다.

◆ 핵심은 미래 먹거리 찾기=전자 업종이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자 삼성은 새로운 카드를 찾기 위해 전 계열사를 압박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최근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해 발표하고 있다. 이유는 "삼성전자의 중장기 성장동력이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반도체.LCD.휴대전화 등은 더 이상 큰 성장이 어렵고, 삼성전자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신사업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은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에게 '10년 뒤 먹고살 거리'를 찾으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물론 반도체.PDP 부문을 제외하곤 계열사 실적이 괜찮다. 조선업의 초호황을 타고 삼성중공업의 실적이 고공 행진을 하고 있으며, 삼성카드가 27일 상장하는 등 금융업도 전반적으로 호조세다. 삼성 측은 "전자도 디스플레이.휴대전화.평판TV 부문 등이 평균 정도의 실적을 내고 있는데, 반도체가 하향곡선을 타 어려워 보이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삼성은 또 경쟁력 강화 방안 설명에서 '미래에 대비하는 조치'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계열사별로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미래 성장동력을 찾도록 한 것이 핵심" "투자의 우선 순위는 조정하되 전체 투자금을 줄이지는 않겠다"는 것 등이다.

권혁주.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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