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변화를 시작해야 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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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총리 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의 주인이 10년 만에 바뀌었다. 새 총리 고든 브라운은 부인 사라 여사와 27일 런던 버킹엄궁을 방문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새 정부를 이끌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를 수락했다(사진左). 이날 총리직을 사임한 토니 블레어와 부인 셰리 여사는 총리 관저를 떠났다. [런던 로이터=연합뉴스]


고든 브라운(56)이 27일 영국 새 총리에 취임했다. 브라운은 이날 버킹엄궁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새 정부를 이끌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를 수락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통상적으로 다수당 당수에게 총리를 맡아 달라고 요청한다. 지난 10년 동안 토니 블레어 전 총리 내각에서 재무장관을 지내온 브라운은 앞서 24일 맨체스터에서 열린 노동당 특별 전당대회에서 당수에 추대됐다.

다우닝가 10번지 관저 앞에서 새 총리 브라운은 기자들에게 "변화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의 잠재력을 발휘하고 우리가 가진 모든 재능을 실현하면 영국은 21세기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성공을 거두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운 총리는 교육 수준 향상을 최대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그는 1997년 노동당 집권 후 지금까지 줄곧 재무장관을 지내면서 블레어와 함께 영국의 경제성장 신화를 이룩한 주역이다. 이 기간 중 영국은 연평균 2.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는 또 전임자와 손잡고 좌파 성향 노동당을 중도좌파 제3의 길로 이끌었다. 브라운 총리는 시장경제 원칙을 중시하는 실용주의자다.

그는 블레어 전 총리가 남긴 가장 큰 오점인 이라크전과 관련해 "실책이 있었다"고 인정하고 이를 통해 교훈을 배우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블레어는 매주 수요일 낮 12시 의회에서 열리는 '총리와의 질의'에 마지막으로 참석한 뒤 총리로서 공식 일정을 마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동지와 적, 모두에 행운을 기원한다. 이제 마지막이다"고 말했다. 블레어 총리는 이라크전에서 사망한 군인들에 대해서도 애도를 표했다. 그러나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전을 영국이 적극 지지한 자신의 결정에 대해 사과하지는 않았다.

블레어는 이어 버킹엄궁을 찾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총리실 직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다우닝가 10번지 관저를 떠났다.

그는 퇴임을 하루 앞둔 26일 이른바 '쿼텟'(Quartet: 미국.유엔.유럽연합(EU).러시아로 이뤄진 4개 중동평화 중재자)의 중동 평화특사로 내정돼 화려한 2막을 준비하고 있다. 신설되는 EU 대통령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블레어의 절친한 정치적 동반자였던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27일 영국 타블로이드신문 더 선과의 인터뷰에서 블레어에 대해 "그는 내 푸들이 아니고 그 이상의 인물"이라며 "나보다 고상하고 웅변적"이라고 치켜세웠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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