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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시민단체에 폭력 휘두른 민주노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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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민주노총 울산본부 조합원들이 울산상공회의소에 난입해 파업을 반대하는 한 시민단체의 집회용품을 파손했다.이들은 40여 분간 난동을 부리고, “오늘은 경고 차원에서 이 정도로 끝내겠다”며 돌아갔다. 우발적인 사태였다고 믿고 싶지만,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주동자는 당장 사죄해야 마땅하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지금 불법 정치파업을 강행하고 있다. 노조원과 시민이 반대하는 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는 파업에 왜 그다지도 집착하는가. 무리한 파업이 결국 시민단체를 공격하는 어처구니없는 폭력사태를 부른 것이다.

 연초 민주노총에 온건파로 분류되는 이석행 위원장이 취임할 때만 해도 모처럼 노사관계에 해빙 무드가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파업을 위한 파업은 벌이지 않겠다. 노조원에게 인정받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민주노총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극렬하고 소모적인 노동운동에 지쳐 있는 국민들로선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런 상생의 분위기가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의 불법 정치파업으로 180도 달라졌다. 순식간에 예전의 대결 국면으로 돌아간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노·사는 물론 노·정, 노·노 간의 충돌 양상으로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금속노조는 28~29일 전체파업을 강행하고, 핵심 세력인 현대차노조도 가세할 모양이다. 현대차는 이틀간 파업하면 예상 생산 차질액이 약 7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정부의 공권력도 원칙 대응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파국이 노조가 원하는 것인가.

 이 위원장이 지도력을 발휘하기를 바란다. 민주노총이 산별노조의 결정에 개입할 수 없다고 하지만, 그가 금속노조를 설득해 본연의 노동운동으로 돌아가게 해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은 코오롱ㆍGS칼텍스 등 대기업 노조가 잇따라 탈퇴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일을 조속히 수습하지 않으면 ‘노조원에게 인정받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민주노총’은 요원하다. 정부도 이미 누누이 밝혀온 대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