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리모델링] 대출받아 아파트 넓힐까, 펀드에 돈 넣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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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은평구에 거주하는 박모(37)씨는 분양면적 85㎡(25평형) 아파트를 2년 후 더 큰 평형을 분양받아 옮길 생각이었다. 그런데 청약가점제가 시행되면서 분양받을 가능성이 낮아지자 아예 청약통장 해지까지 검토 중이다. 대신 대출을 받아서 큰 아파트로 옮겨 타는 것이 어떨지를 물어왔다. 또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들어 있는 목돈을 어떻게 굴릴지도 질문했다.
 
#청약통장은 유지하는 게 유리

 청약가점제 시행으로 유주택자가 송파·광교·동탄 등 유망 지역에 청약해 당첨될 확률은 아주 낮아졌다. 청약가점제는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기간에 따라 가점을 부여해 점수가 높은 사람이 당첨되도록 하는 제도다. 이때 유주택자는 총점 84점의 청약가점 중에서 36점까지 주어지는 무주택자 기간에 따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또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짧은 신혼부부 등 젊은 세대는 통장 가입기간에 따른 혜택도 많지 않아 바뀐 청약제도 하에서 청약통장으로 내 집 넓히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당첨 가능성이 작다고 해서 섣불리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과거의 청약제도 변화를 살펴볼 때 당첨 확률이 낮은 가입자도 당분간 청약통장을 유지하면서 향후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좋다. 청약가점제가 도입된 후 시간이 갈수록 구매력 있는 청약 수요가 줄어들고 9월부터 시행되는 분양가상한제와 맞물려 주택공급량도 큰 폭으로 줄게 되면, 몇 년 후 분양시장 활성화를 위해 청약제도를 대폭 손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씨는 보유 주택의 가격이 전체 자산 중 70.5%에 이른다. 이 상태에서 대출까지 받아 집 넓히기를 시도하는 것은 무리다.
 
#보장성 보험 줄여 노후 자금 마련

 박씨네 가족은 10건의 보장성 보험에 가입돼 있다. 보장 내용이 적절히 잘 혼합돼 있지만 가족 전체의 보장성 보험료(46만원) 비중이 가계소득의 14.3%를 차지하고 있어 다소 과하다. 보장내용이 대다수 중복되는 부부의 건강보험 두 건을 해약하는 게 좋겠다. 대신 이로 인해 생기는 월 7만원과 생활비와 용돈에서 줄인 8만원을 합한 15만원을 부부 노후 대비 차원에서 변액연금보험에 가입하도록 하자. 부부 은퇴가 예상되는 36년 후에는 매년 9300만원의 노후생활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 부인 명의로 가입된 연금보험은 가입연령에 비해 불입 기간(7년)이 짧고 납입금액(6만원)도 적어 연금의 본래 기능을 하기에 부족하다. 앞으로 급여 인상분은 되도록 노후 준비에 투자하기를 권한다.
 
#펀드 투자로 자녀 교육비와 목돈 마련

 박씨 부부의 자산 배분은 보수적이다. 전체 자산에서 투자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이지만 이 중 97%가 CMA에 들어 있다. 남편 월급 320만원 중 70만원을 저축·투자에 할애하고 있는데, 50만원이 은행 정기적금이다. 자녀 두 명의 명의로 각각 10만원씩 적립식 펀드에 넣고 있는 것이 투자의 전부다.

 재활 치료가 필요한 6세짜리 큰아이 앞으로는 매년 250만원씩 13년간 정부 보조금이 나온다. 이 돈은 기존 적립식펀드에 묶어 큰아이의 교육비를 마련하는 데 쓰자. 6세인 첫째가 19세가 될 때까지 13년간 연 15% 기대수익률로 매달 10만원을 납입할 경우 19세가 되는 시점에선 4755만원의 목돈이 마련된다. 또 재활치료비를 13년간 15%로 운용하면 8600만원을 모을 수 있다. 대학 입학 전까지 총 1억3355만원을 모을 수 있는 셈이다.지난해 태어난 둘째 앞으로는 매달 10만원씩 어린이 펀드로 18년간 투자하면 1억원 넘는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

 정기적금은 적립식 펀드로 대체하는 것이 좋겠다. 세금을 빼고 5월에 찾은 1년 만기 정기적금의 수익률을 계산해 보니 2.6%에 그친다. 원금 손실 위험이 있기는 하지만 고수익이 가능한 펀드 투자가 낫겠다.

 CMA에 예치된 7100만원 중 2100만원은 만약을 대비해 남겨두고 5000만원은 펀드투자로 전환하자. 이 중 2500만원은 국내펀드에, 나머지는 해외펀드와 주가연계증권(ELS)에 분산 투자할 것을 권한다. 국내펀드는 다시 일반주식형펀드와 섹터펀드로 나눠 투자하자.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안정적으로 연 7% 안팎의 수익을 낼 수 있는 ELS나 주가연계펀드(ELF)도 수익률 안정 차원에서 가입을 고려해 볼 만하다. 예를 들어 국내주식형펀드에 1500만원, 섹터펀드에 1000만원, 중국인도유럽펀드에 각각 500만원, ELS에 1000만원을 분산 투자해 연 13.4%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5년 후엔 9300만 원을 모을 수 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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