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에 앉은 대선 군소후보/선관위 기탁금정산 어떻게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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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엄청난 방송연설 비용 기탁금보다 훨씬 상회/박찬종·백기완후보 3억 이상 내야
12·18 대통령선거에서 자금부족 등으로 설움을 겪었던 군소후보들은 기탁금 3억원을 한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도리어 최저 4천만원에서 최고 3억여원을 더 물어내야 하는 딱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중앙선관위가 23일 발표한 「후보자별 기탁금 정산내역」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유효투표 총수의 7% 미만을 얻은 박찬종신정당후보 등 군소후보들은 TV·라디오 방송연설 비용에 대한 국고보조를 전혀 받지못하고 이 비용이 기탁금을 초과하는 바람에 돈을 더 내야할 판이다.
반면 방송연설을 가장 활발하게 이용했던 김영삼당선자와 김대중민주당·정주영국민당후보는 이 비용 전액을 국고에서 지원받은 대신 선거인명부·부재자신고인명부의 사본작성 비용만 공제한 기탁금을 되돌려 받게됐다. 이에 따라 김 당선자는 4천만원을 뺀 2억6천만원을,김 후보는 2억6천1백만원을,정 후보는 2억6천만원을 선거일후 30일 이내인 내년 1월18일까지 돌려받게 된다.
박 후보의 경우 유효투표수의 5%가 넘는 6.2%를 얻어 기탁금에서 방송연설비용과 선거인명부 등의 복사비를 공제하고 잔액만큼은 돌려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방송연설에 6억5백만원이나 소요되는 바람에 복사비 등을 포함,3억5백92만원이란 가장 많은 추가부담을 지게됐다. 때문에 박 후보 진영은 『17만표만 더 얻었으면 6억5백만원이란 거액을 벌었을 것』이라고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다.
한편 득표율 5% 미만을 기록한 백기완·김옥선·이병호후보와 사퇴한 이종찬후보는 박 후보처럼 기탁금에서 공제하고 남는 방송연설비용 등을 내야 한다. 백 후보도 역시 방송연설비용이 6억5백만원에 달해 3억5백만원을 물게돼 추가부담 2위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백 후보측은 『방송시설 이용은 후보의 당연한 권리인만큼 돈을 낼 수 없다』며 『헌법소원을 연내에 제기하고 추가부담 집행 가처분신청도 낼 생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밖에 중도하차한 이 후보가 1억9천3백만원,김옥선·이병호후보가 각각 1억7천4백만원과 4천1백만원을 더 내야하는 것으로 정산됐다.
이처럼 방송연설비용이 기탁금을 훨씬 상회한 이유는 후보당 방송이용 가능횟수가 10회로 많은 편인데다 방송 1회(20분)의 비용이 MBC·KBS·SBS가 각각 9천9백만원,7천7백만원,7천7백50만원씩으로 대단히 비싸기 때문.
선관위는 이같은 정산내역을 내년 1월2일까지 각 후보들에게 통지할 예정인데 추가부담 통보를 받은 후보는 고지일로부터 10일 이내에 선관위에 돈을 내야한다. 패배의 정신적 후유증에다 물질적 고통이 뒤따르게 하는 이 제도는 수익자부담 원칙과 후보난립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이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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