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입시도 결국 죽음의 트라이앵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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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평촌고 3학년 김가희양은 마음이 더욱 바빠졌다. 김양은 "내신(학생부) 비중이 커져 이번 일로 트라이앵글(수능-내신-논술)이 강화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25일 교육부의 발표로 내신 반영 강화를 둘러싼 정부와 대학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다. 김양은 "어찌됐건 내신 반영 비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다음달 4일부터 치르는 기말고사를 잘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수능이나 논술.면접 준비도 차질 없이 해야 한다.

이 학교 김학일 교감은 "주요 사립대들이 외고 등 특수목적고를 위해 논술이나 면접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학생들은 내신.수능.논술의 3중고에 발목을 잡히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외고 3학년 김현아양은 정부 발표에 대해 불만스러워했다. 학급 회장인 김양은 6월 수능 모의고사에서 언어.수리나.외국어영역에서 1등급을 예상하고 있으나 평균 내신 등급은 4~5등급이다. 김양은 "수능이나 논술 비중이 높은 대학에 지원해 불리한 내신을 만회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와 대학의 대립 속에서 혼란스러워했던 수험생들은 이번 정부 발표로 새로운 불안감에 휩싸였다. 내신.수능.논술을 모두 잘하지 못하면 원하는 대학을 가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신 비중 커질 듯=대학들이 교육부의 요구를 수용하면 정시모집에서 내신 비중은 상당히 커진다. 서울대처럼 내신 9등급 중 1~2등급을 묶어 동일 점수를 주거나, 일부 사립대의 계획처럼 1~4등급에서는 등급 간 점수 차를 0.1점으로 하고, 나머지 등급에서는 10점씩 주는 일은 할 수 없다. 또한 대학들은 약속한 대로 내신 실질 반영 비율을 50%까지 지켜야 한다.

고려대.성균관대.연세대 등 사립대들은 지난해까지 내신에서 5등급(수.우.미.양.가) 중 '수' '우'에 대해 만점 처리하는 등 사실상 4등급으로 축소해 적용했다. 올해 이들 대학이 교육부의 요구를 따른다면 무조건 9개 등급으로 구분해야 한다. 이들 대학이 등급 간 점수 차를 유지할 경우 내신 비중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내신.수능.논술 '3중고'=지금까지 내신 성적이 좋은 학생은 수시로, 수능 성적에 기대를 거는 수험생은 정시로 갈렸다. 하지만 정부가 정시모집에 대해서도 내신 성적 비중을 크게 높이도록 요구함에 따라 이런 등식은 깨지게 됐다. 한대부고 이남렬 교감은 "수시에서도 내신 성적은 물론이고 논술 비중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시모집에서도 모든 전형요소들이 다 중요해진다. 서울대에 지원하려는 수험생들은 정시모집에서 수능 성적만으로 모집 인원의 2~3배수 안에 들어야 한다. 이어 내신과 논술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 서울대가 내신 1~2등급에 대해 동일 점수를 주더라도 내신.논술은 모두 좋은 점수여야 합격이 가능하다. 사립대들은 정시 모집 인원의 절반을 수능 위주 전형으로 실시키로 했다. 나머지 절반은 내신이나 논술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남은 문제는=교육부는 계속해서 원칙을 뒤집고 있다. 2006년 김진표 전 부총리가 대학을 돌아다니면서 내신 반영 비율을 높여 달라고 요구했다. 대학들은 이에 따라 '50% 이상 반영'이라는 약속을 했다. 당시 교육부.대학 모두 실질반영비율로 못 박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교육부가 당시 비율은 실질반영비율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교육부가 이날 제시한 실질반영비율 계산 방식도 달라졌다. 수능과 논술 등의 기본 점수까지 감안해 반영비율을 계산하라는 것이다.

이 가운데 수능 기본점수는 8월 20일(정시 모집요강 발표 시한)까지 나올 수 없는 점수다. 수능 시험 결과가 12월에 나오는데 기본점수를 미리 예측해 제시하라는 건 터무니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교육부는 2006년 8월 '2008학년도 입시전형기본계획'을 고시하면서 "'3불'(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을 제외한 학생부 반영 방법에 대해서는 자율 결정한다"고 명시했다. 대학들은 "교육부가 스스로 세운 원칙을 어겨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홍준.박수련 기자<kanghj@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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