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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연구가 러시아 이해 첩경"|국내 대 배출 첫 러시아문학박사-중앙대 김근식 교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국내 대학에서 학위를 받는 러시아문학박사 1호가 탄생했다. 지난 54년 한국 외국어대에 국내 최초로 러시아어 과가 개설된 지 38년만의 일이다. 중앙대 김근식 교수(39)가 그 주인 공. 김 교수는 『아이트마토프 작품의 주제발전 연구』란 논문으로 지난달 27일 외대의 박사학위논문심사를 통과했다.
『이미 외국에서 학위를 받은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국내 최초가 아니다』며 몇 차례 사양 끝에 응한 11일의 인터뷰에서 김 교수는 자신의 학위취득은 『러시아문학이 갖는 방대함과 특수성, 앞으로 해 나가야 할 과제에 비춰 오히려 때이른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정작 러시아에서는 50∼60대가 돼도(러시아문학박사)되기가 어렵다』고 덧붙인 김 교수는 『문학은 작품 속에 용해된 폭넓은 체험을 통해 인간사회를 정신적으로 풍요롭게 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만큼 학위를 위한 조급한 공부를 피해야한다』며 「문학하는 자세」를 다짐 반으로 강조했다.
짙은 냉전의 먹구름 때문에 「그쪽」에 대해 그저 호기심 차원의 관심만 내비쳐도 괜한 사시를 감수해야했던 시절, 김 교수가 러시아문학에 덤벼들어 지난20년 동안 매달려온 것은 서양치고는 동양적 색채가 물씬한, 그러나 장막을 두른 듯 우리에게 열려져 있지 않은 러시아인들의 마음속을 꿰뚫어 보고픈 욕망이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이 가시화 되지 않아 이따금 회의에 휩싸일 때 이는 마음을 다잡아 나가는 원동력이 됐다고 그는 실명했다.
김 교수는 국내 러시아어 통역사 1호라는 또 다른 타이틀의 소유자다. 지난 90넌12월 노태우 대통령의 방소, 지난해 4월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 소련대통령의 방한, 지난달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의 방한 때 그는 줄곧 한국측 통역을 맡았다. 그 과정의 에피소드나 비하를 들려달라는 요청에 그는 정통역도 중 알게된 내용을 발설하지 않는 것이 통역사의 윤리』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블랙박스 파동」으로 국내의 대 러시아여론이 악화된 것과 관련, 김 교수는『러시아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경제적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차치하고라도 최근까지 바로 우리를 겨냥했던 가공할 무기들을 거둬들이고 한반도평화에 기여하고 있음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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