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맑게 해야 선진국(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환경처는 서울의 대기오염도를 앞으로 4년안에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기준치 이하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환경처는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청정연료의 사용을 확대하고,유류에서 유황성분을 제거하며,차량의 배출가스를 최소화하는 등의 시책을 적극 추진한다는 것이다.
또 목표연도인 96년까지 기준에 미달되는 산업체에 대해선 오염규제방식을 현 배출허용기준에서 총량 규제방식으로 바꿔 전체 배출량이 일정량을 초과하면 조업중단이나 공장폐쇄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어서 산업계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대기의 오염이 날로 심해지는 것은 산업의 성장과 이에 따른 차량수 증가로 불가피한 현상일 것이다. 이같은 환경파괴현상은 비단 대기오염에 국한되지 않고 수질·토양 등 전분야에 고루 미치고 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우리가 대기오염을 가장 심각하게 피부로 느끼는 것은 우리가 한순간도 숨을 쉬지 않고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숨쉬고 있는 대기의 오염치는 아직도 WHO 최고치의 2배를 넘고 있다. 서울은 국제적인 대도시와 비교해서 세계2위의 오염도시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을 만큼 공해가 극심한 실정이다. 그결과 서울도심의 시계는 항상 뿌옇게 흐려 있으며,전국적으로 비의 산성도가 가장 높다.
서울의 대기오염이 공장이 밀집돼 있는 기타도시 보다 훨씬 높은 이유는 인구밀집에 의한 냉·난방연료와 차량의 증가에 의한 수송부문의 연료소모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1백50만대를 육박하는 차량통행은 서울 대기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다. 부문별로는 보면 난방부문이 일산화탄소와 먼지,아황산가스 순으로 배출량이 많고 수송부문에선 탄화수소,질소산화물,일산화탄소 순이다.
따라서 서울은 일산화탄소와 탄화수소·질소산화물 및 먼지가 가장 많은 도시라는 결론이 쉽게 나온다. 더군다나 평균시속 12㎞의 교통혼잡까지 겹치면 오염물질의 배출은 2∼4배까지 증가돼 서울의 대기는 생명을 좀먹고 쇠붙이까지 녹인다는 광화학스모그와 산성비의 가능성을 훨씬 높이게 된다.
우리는 경제적인 부와 생활의 편의를 어느 정도 누리게 된데는 성공을 자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각종 공해에 의해 건강과 생명을 위협받는 생활이라면 그러한 부와 편의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GNP수치는 선진국을 바라볼 정도라지만 생활환경속의 공해를 방치한다면 후진국의 불명예를 벗을 수 없다.
지금은 선진국가 개발도상국을 가르는 기준이 잘 사는 것 못지않게 얼마나 공해를 잘 통제해 쾌적한 환경을 이루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의 「맑은 공기」대책이 일시적인 선거용 선심이 아니고 선진국을 향한 내실있는 시정이기를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