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 교류 가속화 의지/북 정무원총리 경질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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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개방정책 중시… 김달현·김용순 등 중용/김정일측근 요직배치 세대교체 뜻도
북한은 최고인민회의를 하루앞둔 1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전격개최,강성산을 정무원총리에 임명하기로 결정했다. 또 정무원 대외경제위원장 김달현과 당비서겸 국제부장 김용순을 당정치국 후보위원으로,당중앙 간부부장 김국태·선전선동부장 김기남을 당비서로 각각 보선했다.
이번 인사는 우선 북한이 경제개혁에 주력하고 대외경제교류를 가속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강성산은 84년부터 1월부터 86년 12월까지 3년간 총리를 맡아 북한경제를 주무른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 시기는 북한이 내부적으로 「점진적인」경제개혁조치를 취하던 때였다. 이 무렵 취해진 조치는 기업의 독립채산제 강조,연합기업소 중시,자본주의 국가들과의 경제교류 활성화방침 마련,주민생활 향상을 위한 인민소비품 증산운동 전개 등이었다.
김정일이 나름대로 경제개혁에 처음으로 관심을 보였던 시기에 총리를 맡아 경제실무를 담당한 당사자가 강성산이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뒤 총리를 맡은 이근모는 경제정책에서 「우편향」오류를 범해 88년 12월 총리직은 물론 당정치국 위원에서도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강성산은 사정이 달랐다.
총리에서 물러날때 당중앙위 비서로 자리를 옮겼고 88년 3월에는 함북의 도당 책임비서겸 인민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줄곧 지방을 책임지면서 지역경제의 흐름을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나진·선봉지구의 두만강 일대를 대최경제창구로 개발하는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그였던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강성산의 총리기용은 대외경제교류를 활성화하려는 김일성·김정일정권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 이번에 대외부문의 쌍두마차인 김달현(경제)과 김용순(외교)을 각각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승격시킨 것도 「대외관계 중시」입장을 잘 보여준다. 김달현은 자본주의 국가들 및 남북간의 경제교류에 적극 관심을 보여왔고,김용순은 미국·일본과의 수교를 본격 추진해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연형묵 전 총리는 정치국원자리는 그대로 유지,당고위직에 잔류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이번 인사는 강성산이나 김달현·김용순 모두가 「김정일 측근」임이 두드러진다.
김정일이 경제개혁과 대외개방을 점진적으로 추진할 자리에 자기 측근들을 포진시킨 셈이다. 「김정일인사」라는 것은 김국태와 김기남의 당비서 인사에서도 두드러진다. 김국태는 당중앙 간부부장으로 김정일 밑에서 당·정간부 인사문제를 다루던 측근중의 측근이었다. 그는 68년에 이미 당 선전선동부장을 맡아 김정일의 정치적 부상시기부터 운명을 같이했다.
김기남 역시 70년대 이래 당정치이론지 『근로자』,당기관지 『로동신문』의 책임주필을 오랫동안 맡아오다 86년 4월부터 당 선전선동부장으로 일해왔던 김정일맨이다. 이로써 김정일은 이들을 당비서에 앉힘으로써 선전·인사부문을 보다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도 당 중앙위원회의 보선이 있었는데 이들은 대개 3대혁명소조 출신에서 김정일이 발탁한 인물들로 보이며 세대교체의 뜻도 담겨 있다.
이같은 인사와 관련,신헌법에서 국가주석·국방위원장 겸직사항을 「분리선거」하도록 수정했음을 고려할 때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일이 국방위원장으로 선출될 가능성은 한결 높아졌다. 김정일이 선출되면 당총비서와 국가주석을 물려받기 전에 과도적으로 군인사권을 비롯한 「군사지휘권 일체」를 먼저 승계함으로써 권력승계 기반을 더욱 강화하게 될 것이다. 끝으로 북한은 총리교체를 통해 남북관계에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지금 당장은 팀스피리트훈련·간첩단사건 등으로 냉각되고 있더라도 한국에서 정권이 교체되는 내년 3월이후 경제협력을 비롯해 남북관계가 전반적으로 활발해질 전망이다.<유영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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