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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운동 유발성 천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이 어머니와 함께 병원을 찾아왔다. 수개월 전부터 달리기를 하면 남들보다 몹시 숨이 차는 증세가 있어 고입체력장 때 달리기를 해야하는데 걱정이라면서 심장이 나쁜 것은 아닌지 숨찬 원인을 알아보려고 병원에 왔다고 했다.
진찰해 본 결과 심장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었다. 자세히 병력을 물어보니 3년 전부터 감기를 자주 앓았으며 맑은 콧물과 재채기가 계속되고 코 막힘 증상이 있으며 특히 아침에 일어나면 한 시간 동안은 연발하는 재채기 때문에 괴롭다고 말했다. 증상은 1년 내내 나타나며 특별히 더 악화되는 계절은 없다고 했다.
이 학생의 코 증상은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진단됐으며, 운동 때 숨찬 증상은 정밀검사결과 운동 유발성 천식으로 진단됐다. 운동 유발성 천식은 운동하면 천식이 일어나는 질환이다. 특히 단거리를 열심히 달리는 경우 잘 일어난다. 보통 천식환자들도 약 70%는 운동하면 천식증세가 유발된다. 그러므로 심한 운동을 스스로 삼가는 어른들에게는 운동이 큰 문제가 되지 않으나 어린아이나 학생들은 달리기와 같은 격심한 운동을 해야하므로 운동 후 천식발작이 일어나게 되면 남과 같이 뛰어 놀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어린이의 정신건강상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평소 천식을 앓고 있는 어린이는 그런 대로 본인이 알아서 주의할 수 있지만, 앞의 학생과 같이 과거에 전혀 천식으로 진단 받은 적이 없는 경우 평소에 운동하지 않다가 갑자기 운동을 하니까 남들보다 숨이 더 차겠거니 하고 무관심하게 지나게되는 경우가 많다.
운동 유발성 천식은 올림픽 선수들에게도 흔히 나타난다. 84년 LA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의 7%가 운동 유발성 천식으로 조사됐고, 88 서울올림픽에서는 6%의 선수가 운동 유발성 천식이었다고 조사보고 됐다.
그러나 운동 유발성 천식이라도 운동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운동 전에 준비체조로 증상 발작을 경감시킬 수도 있고 적절한 흡입 약제를 사용해 발작을 방지할 수 있다. 평소 운동 후 친구들보다 숨이 심하게 차고 또 색색 소리가 가슴속에서 들리면 운동 유발성 천식에 대해 정밀조사를 받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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