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수사”시비 진화 천명/전국 검사장회의 소집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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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대선 쟁점으로 비화되자 “공평”강조/정당 외곽조직 금품살포 중점 단속
검찰이 대선 종반전을 앞두고 전국 검사장 회의를 긴급 소집해 선거관련사범에 대해 불편부당하게 수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선거쟁점으로까지 비화된 편파수사 시비를 서둘러 종식시키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검찰과 경찰은 지금까지 현대계열사의 국민당 지원을 비롯한 국민·민주당 관련 선거법 위반사례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수사태도를 보여왔으나 YS시계 제작 등 민자당의 불법선거운동 사례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는 여론의 지적을 받았다. 검찰은 이같은 상태가 계속될 경우 수사의 신뢰성마저 손상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내리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김두희검찰총장이 이날 회의에서 공정한 수사를 지시하면서 정부의 중립선거 의지가 추호도 손상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을 특별히 강조한 것은 편파수사 시비가 검찰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신속한 초동수사를 통해 증거인멸과 관련자 도피사례를 방지하고 선관위 고발사건을 최우선적으로,가급적 직접수사 하도록 전국검찰에 시달한 것도 검찰수사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번 선거기간중 관권선거·선거폭력이 거의 자취를 감춘 반면 금권선거가 심화·확산되고 있으며 특수관계에 있는 기업을 이용한 새로운 유형의 불법선거운동과 운동권 등의 불법선거운동이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이번 선거기간중 선거사범과 선거관련사범은 9일 현재 5백56건 9백2명이 입건되고 이중 71건 1백1명이 구속돼,선거종료 때까지 8백27명이 입건되고 이중 1백2명이 구속된 87년 13대 대통령선거 당시보다 숫자가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선거폭력사범은 5명만이 입건됐고 공무원은 고발사건을 포함해 단 2명만이 입건된 것으로 집계돼 선거폭력과 관권개입 시비는 거의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 검찰의 분석이다.
반면 금품살포(1백99명 입건·42명 구속),향응제공(1백34명 입건·6명 구속),매수유도(18명 입건·1명 구속) 등 금권선거사범은 모두 3백51명(49명 구속)으로 전체 선거사범의 약40%를 차지하고 있어 금권선거의 심화·확산이 이번 선거의 최대쟁점이자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13대 대선 당시의 매수 및 이해유도 사범은 27명으로 전체의 3.3%에 불과했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각 정당이 단속과 여론의 시선을 피해 사조직과 외곽조직을 이용한 금품살포에 나서고 있다고 보고 이들 조직의 불법선거운동에 대해 집중적인 수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번 선거기간중 금권선거 이외의 범죄유형별 선거사범 입건은 ▲소형인쇄물 배포 1백55명 입건(10명 구속) ▲벽보훼손 등 1백17명(6명 구속) ▲호별방문 62명(3명 구속) ▲후보비방 35명(4명 구속) ▲선거폭력 6명(2명 구속) ▲기타 1백64명(22명 구속)으로 나타났다.
입건된 선거사범은 정당별로 ▲민자 46명(2명 구속) ▲민주 33명(1명 구속) ▲국민 2백56명(42명 구속) ▲신정 4명 ▲무소속 2명 ▲기타 5백49명(51명 구속),직업별로는 ▲정당인 3백34명(45명 구속) ▲학생 1백26명(9명 구속) ▲공무원 2명(1명 구속) ▲기타 4백28명(41명 구속)으로 집계됐다. 검찰은 또 12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했으며 3백8건 5백2명은 내사중이라고 밝혔다.<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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