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흑색선전에 속앓는 후보들/3당 사례와 대응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당사칭 중소기업체에 성금강요편지 민자/간첩단사건 부각시킨 유인물 나돌아 민주/“또 쓰러졌다”건강관련 루머 꼬리물어 국민
흑색선전이 점차 늘어나 주요 후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선 유력자에 특히 집중되는 흑색선전은 출처불명의 근거없는 비열한 내용이 적지 않아 각당의 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
흑색선전은 통상 상대방이 미처 해명할 여유를 갖지 못하는 선거종반에 기승을 부리기 일쑤여서 지금부터 유권자들의 냉철한 파단이 요구된다.
○…민자당은 최근 흑색선전의 몇가지 사례를 포착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김영삼후보는 1일 관훈클럽토론에서 「여성스캔들 음해공작」을 비난하면서 『요즘도 흑색선전 편지가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종합상황실에 따르면 「민자당선전국」명의로 김대중후보의 「사생아스캔들」을 담은 편지(11월27일자 중앙우체국소)가 김종필대표집에 배달됐다. 이에 대해 당관계자들은 『민자당이 김대중후보에 대해 근거없는 설을 퍼뜨리고 있는 것처럼 만들려는 스리쿠션식 흑색선전』이라고 분노하고 있다.
며칠전에는 C알루미늄 등 몇몇 중소기업에 「민자당중견기업 전략육성기획단」명의로 『3천만∼5천만원씩을 김 후보지원금으로 은행 온라인계좌에 입금시켜달라』는 편지가 전달됐다. 편지에는 『김 후보가 집권후에는 육성할 77개 중견기업을 선정했는데 계획이 발표될 93년 6월까지 보안을 지켜달라』는 「당부」까지 곁들여 있었다.
한국PC통신이 운영하는 하이텔통신망에 『나는 안기부요원인데 김영삼을 찍지 않으면 좋지 않다』는 협박문구가 등장한 사례도 있어 민자당은 재발를 막기 위해 통신망 비밀번호를 매일 바꾸고 있다.
○…민주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민주당관련 흑색유인물은 대부분 최근 민주당과 전국연합의 정책연합 및 단일후보 지지를 역이용하거나 「간첩단사건」을 부각하는 것들이다.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길음3동일대에 뿌려진 「반미반독재특위」명의의 『승산있는 민주후보에게 표를 몰아가자』는 유인물이 대표적 사례.
이 유인물은 「현대판 이전투구」라는 제목에 김영삼후보와 정주영후보가 몸싸움을 벌이는 삽화에 「승산있는 민주후보지지」문구가 담겨있다. 겉으로는 민주당지지 유인물처럼 가장되어 있으나 「친미파쇼독재정권의 재현을 노린 정치매춘부,독점재벌은 다 싫다」라는 삐라체 구호가 첨가돼 실제로는 유권자들의 거부감을 극대화 하고 있다고 당은 부르르 떨고 있다. 이같은 유인물은 북한의 대남 심리전 문구를 많이 원용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제주 서귀포일대에서는 모 일간지에 느닷없이 「남한조선노동당사건은 이렇습니다」라는 제목의 유인물 4장이 삽입돼 배포되고 이 유인물들이 전주 완산지구당 관할내에도 뿌려져 당이 출처조사에 나섰으나 오리무중.
김 후보의 동교동집 지하에 대형금고와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다는 흑색선전이 나돌아 김 후보측은 최근 여성지기자들을 대거 초청,자택을 공개하기도 했다.
당홍보관계자는 이같은 각종 흑색선전을 모아 비디오로 해명한 「그것이 알고싶다」라는 홍보자료로 배포한 상태.
○…국민당은 흑색선전의 가장 큰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양김씨에 비해 정주영후보가 나이가 많은데다 덜 알려져있기 때문에 흑색선전의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국민당이 흑색선전 혐의로 지난달 25일 민자당 찬조연사를 고발한 것이 대표적 예다. 민자당연사는 『정 후보는 나이가 많아 연설도중 오줌을 싸는 노망한 할아버지』라고 비방했다. 이밖에 건강과 관련된 흑색선전은 끊임없이 국민당을 괴롭혀왔는데 대표적 예가 『등산하다 쓰러졌다』『수영하다 기절했다』『유세중 쓰러졌다』등이다. 이같은 예들은 정 후보의 노령으로 상당히 설득력있게 퍼지고 있으나 아직까지 정 후보가 쓰러졌던 사실이 확인된 사례는 없다.
이같은 루머에 대응하기 위해 국민당은 가능한 모든 방어전략을 동원하고 있다. TV광고에서도 정 후보가 수영하는 모습을 담았으며,매일 아침 현대본사의 헬스클럽에서 체조도 하고 있다.
다음으로 많은 흑색선전은 여자관계. 물론 과거의 해묵은 얘기를 포함해 최근정보라며 나도는 얘기도 많다. 대표적 예는 한때 문제가 됐던 소설 『돈황제』. 최근 3류 애정물수준의 영화로 만들어졌으나 아직 개봉되지는 않았다. 『여자 탤런트 모양과 어떤 관계라더라』『호적에 오르지 않은 아들이 몇명이다』라는 얘기들인데 역설적으로 여자문제에 관한 부분만 떼어 놓고 보면 정 후보는 대단한 건강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국민당은 건강문제와 달리 여자문제는 언급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를 더크게 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아예 일축하고 있다.<김진·오병상·최훈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