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은 금권… 목표는 부동표/대선 중반… 숨가쁜 3당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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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주영­현대 고리끊는데 주력 민자/영세민 파고들자 국민당 견제 민주/유세강화로 초반상승세 유지 국민
선거운동이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민자·민주·국민 3당은 취약지 공략과 부동표 흡수를 위한 중반대책에 들어갔다.
민자당은 중반전략의 목표를 국민당 상승세의 저지에 두고 국민당과 현대그룹의 「정경일체식 기업선거운동」문제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국민당은 민자당의 금권선거공격에 위기를 느끼면서 정부와 선관위의 중립성을 공격,『민자당이 훨씬 더 많은 돈을 뿌린다』는 맞불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민주당은 금권선거문제에 초반까지는 민자·국민당의 양비론으로 몰아붙였으나 중반부터는 다소 목소리를 높여 금권의 도시영세민 침투를 차단할 작정이다.
○…민자당은 1일 각 시·도 협의회의장단이 참석한 대선중간보고회를 갖고 김대중민주당후보의 표는 요지부동이나 정주영후보의 상승으로 김영삼후보의 표가 잠식되고 있다고 결론짓고 주공격목표를 국민당으로 잡고 금권선거를 최대한 부각키로 했다.
국민당과 현대그룹의 연결고리를 끊어 금품살포·향응제공이 유권자에게 파고드는 것을 막지 않으면 김영삼후보의 당선이 위험한 것은 물론 선거풍토가 걷잡을 수 없이 타락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민자당이 연일 정원식선거대책위원장·김영구사무총장과 대변인단을 동원,현대와 국민당을 싸잡아 비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달 30일에는 김영삼후보까지 나서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벌어 권력을 사겠다는 것은 총칼을 든 쿠데타보다 더 나쁘다』고 강도높게 비난하고 『현대그룹 직원들은 산업역군의 자부심으로 금권선거 압력을 거부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 후보측은 전통여권층에 대해 『정주영을 찍어주면 김대중대통령이 나온다』는 점을 호소력있게 전파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김 후보측은 그러나 호남 등 일부지역 지구당위원장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등 문제점이 발견되자 선대위 상임부위원장과 선대본부장을 통해 다그치는 한편 말썽때문에 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사조직의 재가동도 검토중이다.
○…민주당은 초반 유세장 호응도를 『기대이상』(김대중후보)이라고 판단,중반부터는 「이번만은 바꿔보자」의 구호를 「한번 맡겨보자」는 쪽으로 옮겨가기로 했다.
이같은 전략변경은 취약지인 대구­경북·경남·강원·충북지역을 누비면서 잘하면 젊은 세대·봉급생활자·노동자·농민들이 표를 지역감정과 관계없이 흡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후보의 기본전략은 확실한 고정표위에다 지역감정을 초월한 부동표를 흡수하고 「반김대중,친김영삼」표를 최대한 정주영후보에게 잠식케함으로써 신승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대중후보는 호남지역은 가급적 조용하게 해 지역의 반호남정서를 건드리지 않고 내부적인 결속을 다져나가는 쪽으로 움직여왔다. 김 후보는 초반에 호남지역의 지지반등을 가급적 억제해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지지도가 예상보다 적게 나올 정도로 지방색의 전면등장에 신경써 왔다.
이런 와중에 정주영후보의 약진은 반사이익이 된다고 보고 초반에는 정 후보쪽을 거의 건드리지 않고 금권선거문제는 민자­국민당을 싸잡아 비판해왔다. 그러나 「정주영 관심」이 일정수준을 넘어 김대중후보의 표밭인 도시영세민층까지 파고들자 중반부터는 정 후보의 금권선거를 공격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김영삼후보보다 앞장서 정 후보를 칠 필요는 없지만 꽤 강도 높은 견제구가 던져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20∼30대 유권자를 겨냥한 젊은표 낚기에 박차를 가할 작정이며 DJ가 싫으면 차라리 정주영을 찍으라는 취약지 전략도 조심스런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당은 초반의 성과에 상당히 만족해하면서 중반전략은 초반전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잡고 있다. 중반전략의 초점은 유세강화와 금권선거 등 시비에 대한 맞대응강화다.
정주영후보가 가장 흐뭇해하는 부분이 유세성과다. 정 후보는 경기지역유세를 마친 뒤 『민자당보다 10배나 많이 모였다』고 흐뭇해 했으며,대구·경북유세후에는 『민자당보다 3배,민주당보다 5배나 많이 모였다』며 대만족을 표시했었다. 실제로 그렇게 많이 모인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정 후보는 그만큼 청중의 규모와 반응 등에 만족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 후보는 자신이 직접 주재한 30일 대선대책운영위원회의에서 유세 수를 대폭 늘리라고 지시했다. 특별지원단은 이에 따라 12월중 유세횟수를 매일 3∼4회에서 5∼6회로 늘려 모두 90여회를 계획중이다. 차가운 날씨로 유세를 짧게하는 대신 수를 늘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정 후보의 얘기를 직접 듣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민당의 최대고민은 금권시비에 대한 적절하고도 효과적인 대응방안 마련이다. 일단 국민당은 자제보다 맞받아치기를 강화한다는 계획인데,구체적인 방법은 주로 민자당의 금권선거를 고발하는 것과 정부의 중립성을 공격하면서 「탄압받는 국민당」의 이미지를 부각한다는 것이다.
국민당은 이에 따라 부정선거센터를 중심으로 각 지구당에 민자당 금권선거사례 수집을 특별지시해 둔 상태며,사례가 수집되는대로 검찰·선관위 등에 고발하고 있다.<박보균·김두우·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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