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FF SFA 양대 패션행사 제구실 못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지난주 한국종합전시관에서 열렸던 우리나라 양대 국제컬렉션인 SIFF와 SFA 춘 하복 컬렉션은「국제」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참가자들끼리의 잔치수준에 머물러「국제컬렉션」으로서의 위상정립과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한국패션협회(회장 공석붕)가 지난 86년부터 매년 한차례씩 개최하는 서울 국제기성복박람회(SIFF)는 한국기성복을 세계시장에 소개, 수출을 촉진하기 위한 행사로 상공부의 후원을 받아 열리고 있다.
이에 비해 SFA컬렉션은 우리나라 일급 패션디자이너 12인의 모임인 서울 패션디자이너협의회(회장 박항치)가 90년부터 매년 5월과 11월 두 차례, 다음 시즌의 패션경향을 선보이는 트렌드 컬렉션으로 고가패션이 중심이 되는 파리·밀라노 컬렉선 등과 어깨를 겨룬다는 거대한 포부로 출발한 것.
두 행사는 모두 패션의 세계적 예상유행방향의 제시와 세계패션라인을 서울로 유도, 한국패션의 세계진출을 도모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SIFF는 86아시안 게임·88올림픽기간에 열렸던 1∼3회 행사동안에는 외국바이어들도 다녀가는 등 비교적 성과를 보았으나 4회 행사부터 외국바이어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올해 7회째 행사에서는 완전히 발길이 끊긴 상태.
이번 박람회기간 중 중국의 저가의류가 국내바이어들에게 70여만 달러 어치 팔리고 참가자들끼리 서로 사고 파는 거래가 전부였을 만큼 상거래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에 대해 홍콩의 박람회 참가자들은『노인과 어린이만 드나드는 박람회에 와서 장사도 안되고 아주 나쁜 경험을 했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SIFF 측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우리나라 패션은 질은 떨어지면서 외국 유명브랜드의 가격과 맞먹어 질과 가격 면에서 모두 경쟁력을 잃은 상태』라며『불황으로 업체들이 박람회 참가를 기피하고 참여업체도 다음 시즌 상품이 아닌 올 시즌 상품을 그대로 들고 나오는 등 준비미비에다 소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어 명맥만 겨우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참여업체들은『주최측이 바이어 유치를 위한 노력이나 해외홍보도 충분히 하지 않고 상공부도 겉치레행사인 박람회가 열리는 것 자체에만 관심을 가질 뿐 지원이나 책임의식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SIFF는 현재다음 시즌의 패션경향 예측기능을 하지 못하는 데다 상품들의 수준도 균질 성이 없는 등 그 성격조차 명확하지 못하다.
뜻 있는 사람들은 SIFF가 존립하기 위해서는 내셔널 브랜드나 중저가 디자이너브랜드· 프로모션 업체 등 이 모두 참가하고, 각 업체별로 상품을 특성화시키는 등 성격을 명확치 드러낼 수 있는 행사로 변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 SFA컬렉션은 고가 품을 중심으로 다음시즌의 패션경향을 예측하는 행사라는 점에서 나름대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또 프랑스·이탈리아·일본의 유명패션잡지 기자들을 초청, 외국잡지에 컬렉션을 알리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것이 바이어와 직접 연결되지는 않고 있는 실정. 현재 전세계적인 불경기로 외국도 고가 품 옷을 파는 가게가 문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지명도가 떨어지는 우리나라디자이너의 옷이 세계 유명디자이너의 옷값과 비슷한 가격으로 팔리기는 어렵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SFA측은 세계패션경기가 좋아질 때를 대비, 지금은 어렵더라도 컬렉션을 계속해 인지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디자인과 비즈니스가 분리되지 않은 우리나라패션업계의 독특한 유통구조다. 결국 디자이너들이 복잡한 수줄통로를 제대로 공략하는 마키팅 전략을 어떻게 세우느냐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패션을 창출하느냐 하는 문제와 함께 가장 큰 숙제로 남아 있다. <양선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