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외화루트는 빈과 마카오/일 산케이지가 파헤친 「돈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금성은·광명 대표부에 비밀계좌/현지 심복들이 매년 평양에 송금
북한의 김정일노동당서기가 오스트리아 빈과 마카오에 비밀계좌를 설치해놓고 거대한 금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19일 일본 산케이(산경)신문이 「김정일의 금맥」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이 신문은 김정일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39호실을 통해 독자적인 재량으로 외화를 한손에 장악해 운용하고 있으며,휘하의 금성은행과 조선광명대표부를 통해 빈과 마카오에 비밀계좌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김정일의 금맥에 관해 알고있는 사람은 김정일 자신과 심복인 조선노동당중앙위원회 재정경리부 39호실장겸 대성은행이사장 최수길,이철 주스위스 북한대사뿐이라고 보도했다.
다음은 산케이신문기사 요약.
조선광명대표부는 마카오 로얄호텔에 가까운 서양식 건물이 즐비한 거리 한쪽에 자리잡고 있다. 3층의 현관 문벽에는 조선광명대표부의 산하기관인 조광무역공사 간판이 붙어있다.
사무소에는 10여명이 배속되어 있으나 실제 비즈니스 담당자는 수명 밖에 없다. 소식통에 따르면 직원들은 대외첩보기관인 당중앙위원회 조사부,김부자를 위해 고급물자를 조달하는 호위총국,비밀정보기관인 국가보위부,대남공작기관인 당중앙위원회 사회문화부 등 국가 중추부의 요원들이다.
김정일이 평양의 권력층 사이에서 「광명성」이라 불리고 있어 이 기관도 그 명칭을 딴 것으로 알려졌다.
마카오는 북한의 중요한 해외공작 거점으로 대한항공기 폭파범 김현희도 86년 이곳에서 훈련받았다. 전북한외교관 고영환씨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재정경리부 39호실은 김정일의 개인재무를 담당하는 곳으로 그 밑에 대성은행과 금성은행이 있어 재원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외화에 관해서는 김정일이 일괄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김일성주석도 외화부분은 건드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39호실장과 대성은행 이사장은 동일인물로 최수길이 맡고 있다』며 최는 김정일의 「금고지기」라고 말했다. 김정일의 비밀계좌를 알고 있는 사람은 최와 이철 주스위스대사 밖에 없다.
조광무역공사를 포함한 북한의 무역사업 등 외화획득 부문은 마카오에 있는 중국은행 지점에 계좌를 가지고 있으며,매년 결산일인 2월16일(김정일의 생일)이전 실무담당자들은 예금을 달러로 바꿔 평양으로 가지고 간다.
빈의 금성은행은 카이저로에 있는 빌딩 1층에 사무소를 갖고있다. 대성은행이 1백% 출자해 설립한 은행이다. 빈 사무소에는 북한에서 파견된 2명과 현지인 1명 등 3명이 근무하고 있다. 감독기관인 오스트리아 재무부담당관은 『은행업무로 보이는 금융실적은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조사결과 금성은행은 80년 자본금 3천만실링으로 설립된 이래 매년 1천만실링 정도의 손실을 본 것으로 장부처리 돼왔다. 이같은 결손은 모회사인 대성은행이 송금으로 메워주고 있다.
그러나 87년 2천만실링의 누적결손을 일거에 청산한 이후부터 돌연 이익을 올린 것으로 회계처리 하고 있다. 예금고도 매년 늘어나 현재는 외국은행의 예금을 포함해 자금이 1억실링을 넘는 것으로 오스트리아 재무부에 보고하고 있다. 이는 금성은행이 비상시에 대비,김정일의 개인외화 보관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동경=이석구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